‘높은 마력·토크’ 실용성 보증할까… 디젤차 인기 높아지며 힘에 대한 관심 커져

입력 2014-07-16 02:19

“마력이라는 숫자에 현혹되는 경우가 있지만 평범하게 운전하는 사람에게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연비를 위해 배기량을 낮추면서도 운전자가 필요로 하는 힘을 유지하는게 중요하겠죠.”

지난 3일 1.5ℓ 디젤엔진 중형차인 SM5 D의 신차발표회에서 박동훈 르노삼성자동차 부사장이 한 말이다. SM5 D의 110마력으로 중형차의 성능을 낼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최근 디젤엔진 차량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자동차의 힘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디젤 차량을 선택하는 이유가 연비뿐 아니라 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힘은 마력과 토크 두 가지로 표시한다. 서로 관여하는 부분은 약간 다르다. 일반적으로 마력이 높은 차는 순발력과 가속력이 뛰어나다. 빠른 시간 내 속도를 올리는 데는 마력이 좋은 차가 유리하다. 정지 상태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시속 100㎞까지 속도를 내는 슈퍼카의 경우 마력이 300∼400 이상이다. 최근 국내에 출시된 람보르기니 우라칸 LP 610-4는 시속 100㎞까지 3.2초, 시속 200㎞까지 9.9초 만에 도달하는데, 마력이 610이나 된다.

이에 비해 토크가 좋은 차는 힘이 드는 일을 더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 무거운 짐을 잔뜩 싣고 언덕길을 오를 때는 토크 수치가 높은 차가 효율적이다. 토크가 좋으면 연료도 덜 쓴다. 비슷한 배기량이라면 가솔린 엔진에 비해 디젤 엔진의 토크가 더 높다. 화물차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힘이 필요한 차에 디젤엔진이 주로 쓰이는 까닭이다.

단 디젤엔진은 가속시 반응이 한 템포 늦고 덜덜거리는 소음이 난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기술로 극복한 게 독일 자동차 업체다. 독일 업체들은 속도를 낼 때 운전자가 답답하지 않도록 디젤엔진을 개량하고 소음도 최대한 줄였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독일 차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힘과 연비에서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가속 성능에서 가솔린 차량에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힘을 따질 때는 최대마력, 최대토크가 어느 RPM(분당 엔진회전수) 구간에서 구현되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달할 일이 거의 없는 5000RPM 이상에서 최대마력·최대토크가 구현되는 것은 별로 도움이 안된다. 주로 쓰는 1500∼3000RPM 구간에서 마력·토크가 높은 차가 실용적이다. 현대·기아자동차가 최근 쏘나타, 카니발 등 신차를 출시하면서 “실용 영역 중심으로 동적 성능을 개선했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출시된 쏘나타 2.0 가솔린엔진 모델과 SM5 D를 비교하면, 마력은 쏘나타(168마력)가 SM5 D(110마력)를 앞선다. 반면 최대토크는 SM5 D가 1750RPM에서 24.5㎏.m으로 쏘나타의 20.5㎏.m보다 좋다. 쏘나타의 최대토크가 구현되는 구간은 3000RPM으로 알려졌다. 이전 세대인 YF쏘나타의 경우 4800RPM에서 최대토크가 나왔으므로 회사 측 설명대로 개선이 이뤄진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마력과 토크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도 중요하므로 수치만으로 어떤 차가 더 낫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새로운 방식으로 차의 힘을 표시하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아우디코리아는 최근 차 뒤에 엔진 배기량을 표시하던 과거 방식 대신 운전자가 느끼는 실제적 가속감을 숫자로 표기하는 ‘다이내믹 배지’를 도입했다. 엔진 개량 기술이 첨단화돼 배기량만으로는 소비자가 차의 성능을 알 수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다이내믹 배지는 중력 가속도(g)를 기준으로 가속성능을 표시한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