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하는 가장의 입장에서 미니밴을 선택하다가 망설이게 되는 순간이 있다. 넓은 실내 공간으로 가족은 여유를 즐길 수 있지만 정작 운전자 본인은 여러모로 불편함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때다. 가족을 위해 불편함을 무릅쓸 것이냐, 홀로 운전하는 시간이 적지 않은 나를 위해 미니밴을 포기할 것이냐. 지난 9일 강원도 정선·영월군에서 시승한 올 뉴 카니발(사진)은 이런 가장의 고민을 잘 헤아려 만든 차였다.
신형 카니발의 운전석은 세단과 매우 닮았다. 이전 세대는 운전석 옆에 작은 보조석이 있었으나 신형은 기어노브와 대형 콘솔이 자리를 대신했다. 기어의 위치가 그랜저, 쏘나타 등 세단과 같은데다 콘솔 위에 오른쪽 팔꿈치를 올려놓을 수 있어 세단을 운전할 때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 공중에 붕 떠 있는 느낌이 현저히 덜하면서도 전방이 한눈에 들어왔다.
주행능력도 세단을 많이 따라 잡았다. 속도를 꽤 높였을 때도 진동이 크게 느껴지지 않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디젤엔진 특유의 소음은 고속뿐 아니라 저속 구간에서도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커브 구간에서 휘청대는 느낌도 대폭 개선됐다. 비율을 52%까지 높였다는 초고장력 강판 덕분인 듯했다. 다만 언덕을 오를 때는 힘이 부족해 가속페달을 꾹 밟아야했다. 급커브 구간에서 2·3열 탑승자의 몸이 더 쏠리는 미니밴 고유의 한계는 극복하지 못했다.
시트는 새로 산 소파처럼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웠다. 좌석 배치가 기존의 3:3:3 구조에서 2:2:2:3으로 달라져 앞 6자리의 시트가 한결 커지고 두꺼워질 수 있었다.
대형콘솔 뒤에서 220V 전원 콘센트와 USB 단자를 발견하고 반가웠다. 여행 중 스마트폰 충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 조수석 뒤 2열에서 오른손이 닿는 천장 구석에는 뒷자리 에어컨을 조절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됐다. 열쇠를 갖고 차 뒤로 가면 트렁크가 자동으로 열리는 ‘스마트 테일게이트’도 작동됐다.
시승은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리조트∼영월군 동강시스타리조트 왕복 120㎞ 구간에서 2인 1조로 했다. 연비는 첫 편도 구간에서 13.2㎞/ℓ, 나중 구간에서 9.6㎞/ℓ가 기록됐다. 두 운전자의 서로 다른 운전습관에 따른 차이였다.
공인연비는 11.5㎞/ℓ다. 시승한 차는 2.2ℓ 디젤엔진이 장착된 3270만원짜리 9인승 프레스티지 모델이다. 다른 9인승은 럭셔리(2990만원)와 노블레스(3630만원)가 있다. 11인승 가격은 2720만∼3580만원이다.
정선·영월=권기석 기자
운전석 옆 기어노브·콘솔… 세단 닮았다
입력 2014-07-16 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