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식(44) 서울시의원의 살인교사 사건 피해자 송모(67)씨가 현직 부부장검사에게 10여 차례, 1000만원 이상 뇌물을 상납한 정황이 포착됐다. 다만 송씨의 뇌물 상납장부인 '매일기록부'를 두고 당국 내부에서 분석이 엇갈리고 있어 검찰 수사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일기록부에는 부부장검사는 물론 경찰, 세무서장, 법원 직원 등 다양한 분야의 공무원들 이름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4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매일기록부에는 2005∼2011년 사이 수도권의 한 지방검찰청 A부부장검사로 추정되는 이름이 10여 차례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이름과 직책(검사)이 정확하게 등장하는 것은 한 번이고, 나머지는 각각 이름이나 직책 등으로만 표현된 것으로 알려졌다. 송씨가 이 이름의 인사에게 건넨 금액을 모두 합하면 100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사정 당국은 직책 없이 이름만 적힌 경우에는 A검사의 동명이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은 이를 즉각 반박했다. 이상호 차장검사는 "매일기록부 원본에 의하면 2007년 1월 27일 A검사에게 200만원, 2009년 10월 10일 A에게 100만원 말고는 다른 기재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외에 A검사로 추정될 만한 다른 기록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70∼80쪽 분량의 매일기록부에는 경찰·소방·법원·세무공무원 등 직군별 공무원들이 대거 망라돼 있다. 주로 송씨의 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의 공무원들로 알려졌다. A검사와 마찬가지로 이름과 직책이 모두 나온 경우도 있고, 일부만 기재된 것도 있다. 한 세무서장의 경우 한 번에 10만∼30만원씩 금액이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뇌물 리스트의 진위 여부에 대한 수사 당국의 내부 의견이 엇갈리면서 검·경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거세게 불거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공식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리스트에 등장하는 당사자들은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매일기록부에 이름이 오른 전 서울시의원 B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송씨를 알기는 했지만 같이 밥을 먹은 적도, 술을 마신 적도 없다"며 "돈을 받은 일은 절대 없다"고 부인했다. 또 다른 시의원 C씨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같은 의혹을 받고 있는 경찰 D씨도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송씨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모 국회의원 보좌관 D씨는 "송씨가 매일기록부를 적는 것은 지역에서는 공공연히 알려졌던 사실"이라며 "평도 좋지 않아 정치인들에게 기피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수사팀에 검사 2명을 추가 투입하고 매일기록부에 적시된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금품수수 여부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해당 장부에 직책 없이 이름과 액수만 적힌 경우에 대해서도 진위를 추가 확인 중이다. 검찰은 현재 경찰로부터 제출받은 김 의원과 살인 피의자 팽모(44)씨 간 휴대전화 사용 내용을 복원해 보강 조사를 벌이고 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피살 재력가, 검사에 1000만원 넘게 건넨듯
입력 2014-07-15 0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