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망 원인 1위는 ‘암(癌)’이다. 이러한 암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학 기술의 발전과 혁신적인 항암제들의 개발로 암은 더 이상 ‘불치병’이라 불리지 않게 됐다. 암 정복에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게 있다. 바로 암 치료에 있어 핵심이 되는 ‘바이오마커(Bio-marker)’다.
바이오마커란 우리 몸의 단백질이나, DNA, 대사 물질 등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표지자다. 바이오마커를 활용하면 우리 몸이 정상인지 또는 병리적인 상태인지를 약물에 대한 반응 정도 등을 통해 측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환자가 암에 걸렸다고 가정할 때, 암 세포가 증식하는 과정에서 혈액으로 흘러나오는 암세포가 분비하는 특정 단백질을 찾아내 이 물질의 농도를 측정하면 발병여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바이오마커의 규명이 중요한 이유는 항암 치료 시 치료 대상의 바이오마커 수치 측정을 통해 처방 약물의 치료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치료 진행 전 바이오마커 측정을 통해 처방하려는 약물과 환자의 몸 상태 일치 여부도 쉽게 판단 가능해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향후 임상시험 성공률이 보다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암에 대한 바이오마커를 분석하면 어떤 암인지, 얼마나 병이 진행됐는지 등의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만큼 맞춤 치료법을 개발하기도 쉽다.
지금까지 사용된 항암제들은 암세포뿐만 아니라 우리 몸의 정상세포까지 파괴한다. 항암치료 과정에서 탈모, 손발톱 빠짐 등의 부작용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바이오마커 기술은 유도 미사일과도 같다. 암에만 특별하게 발현되는 단백질을 이용해 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약을 주입하면 특정 암세포만을 겨냥해 파괴하기 때문에 정상세포를 지킬 수 있다.
바이오마커의 유전자형을 진단키트로 사전에 파악하면 특정 항암제에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를 예측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환자는 불필요한 약을 투여할 필요가 없게 된다.
대표적인 유방암 항체치료제인 로슈의 ‘허셉틴’은 바이오마커인 ‘HER2’에서 과발현하는 유방암 환자에 대한 맞춤형 표적치료제다. 유방암 환자라고 해도 모두 허셉틴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HER2에서 과발현하는 환자에서만 이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다. 암젠의 항암제 ‘벡티빅스’는 바이오마커인 ‘K-RAS’라는 유전자를 함유한 대장암에서만 작동한다. ‘얼비툭스’ 역시 대장암의 바이오마커인 K-RAS 정상형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전이성 대장암 환자에게만 사용된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폐암 치료제 ‘이레사’, 노바티스의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등의 특정 표적항암제 선택을 위해서는 반드시 유전자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 검사는 환자의 유전자 타입이 해당 항암제에 효과가 있을지를 판정해 불필요한 투약을 막는 데 도움을 준다.
최근 국내 바이오기업 카엘젬백스는 항암백신 후보물질 ‘GV1001’과 바이오마커의 상관관계를 입증 한 결과로 전 세계 PCT(국제특허협력조)와 대만지역 출원을 완료했다. 젬백스는 바이오마커인 이오탁신 수치가 높은 환자는 GV1001을 활용한 치료로 생존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임상시험을 통해 증명했다.
장윤형 쿠키뉴스 기자
[암과의 동행] ‘바이오마커’ 이용, 암 발병 쉽게 파악… 단백질·DNA 변화로 측정
입력 2014-07-15 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