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 업무 태만 동양사태 피해 키워”

입력 2014-07-15 03:04
4만여명의 투자자에게 무려 1조7000억원의 손해를 끼친 ‘동양그룹 사태’는 금융 당국의 투자자 보호규정 제·개정 소홀과 고질적인 업무태만이 원인이라는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금융 당국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정부를 상대로 한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 움직임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분쟁조정을 신청한 피해자 2만명에 대한 분쟁조정 절차가 이달 말부터 시작될 예정이어서 투자자들의 대응이 주목된다.

◇금융위, 투자자 보호 위한 ‘계열사 지원금지’ 규정 삭제=감사원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3개 시민단체의 공익감사 청구에 따라 지난 1∼2월 동양증권의 기업어음(CP)·회사채 발행 및 관련제도에 대한 금융 당국의 관리·감독실태 감사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감사원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포함한 금융 당국은 지난해 말 동양그룹 사태가 발생하기 훨씬 전부터 불완전 판매 정황 등을 확인했지만 이를 방지할 기회를 여러 번 허비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대기업이 대주주로 있는 증권사의 경우 부실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할 우려가 있어 2005년 11월 계열사 지원금지 규정을 마련했다. 그러나 동양증권은 2006년 6월 동양레저 등 투기등급 계열사가 발행한 CP 1조원을 취득해 고객을 위험에 노출시킨 사실이 금감원에 적발돼 2007년 2월 금융위에 보고 됐다. 그런데도 금융위는 2008년 금융투자업규정을 제정할 때 동양증권의 계열사 부당지원 실태와 이로 인한 투자자 피해 가능성 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기존의 ‘계열사 지원금지’ 규정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투기등급 회사채·CP 불완전 판매 ‘나 몰라라’=동양은 2008∼2011년 투기등급 회사채 2조원을 발행, 동양증권을 통해 대부분 개인에게 판매했다. 2011년 금감원과 동양증권 공동검사를 실시한 예금보험공사는 2012년 2월 금감원에 보낸 결과보고에서 “기관투자가와 다른 증권사를 통해서는 소화하기 힘든 투기등급 동양 회사채 대부분을 계열사인 동양증권에서 정보가 부족한 개인에게 판매하고 있어 불완전판매 및 손해배상소송 제기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불완전판매에 대한 금감원의 실효성 있는 지도·검사가 이뤄지지 않아 동양증권의 회사채 판매 잔액은 2012년 6월 8903억원에서 2013년 9월 1조844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투자자 피해가 증가했다.

이에 감사원은 금감원장에게 회사채 불완전판매 행위 등에 대한 지도·검사업무를 태만히 한 금융투자검사국 담당 국장과 팀장 등 간부 2명의 문책을 요구했다.

또 금감원은 2008년 9월 종합검사에서 동양메이저 전략기획본부의 총괄·조정에 따라 동양증권이 투기등급 계열사 CP를 조직적으로 판매한 사실을 적발하고도 동양증권에 대해 신탁업 일부 정지나 인가 취소 등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다. 결국 동양증권의 투기등급 계열사 CP 판매행위는 근절되지 않았고 2013년 9월 법정관리 신청으로 일반 투자자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