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축소 행보 시작한 조희연

입력 2014-07-15 03:56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오른쪽)이 14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서울시교육청-자율형 사립고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4일 서울시내 자사고 교장들과 만나 "자발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할 경우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사고 교장들은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며 재평가 방침을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다. 조 교육감의 자사고 축소 정책을 둘러싼 갈등과 진통이 예상된다.

조 교육감은 서울시교육청에서 25개 자사고 교장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조 교육감은 "한번 시행된 정책을 전환하는 데 어려움이 있겠지만 폐지안을 포함해 자사고 축소 공약은 확고하게 지키려 한다"며 "일반고 전환을 희망하는 자사고는 경제적·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축소 방침을 재확인했다. 조 교육감을 비롯한 진보교육감들은 '일반고 슬럼화'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자사고를 지목해 왔다.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자사고가 우수 학생들을 선점해 일반고가 피폐해졌다는 논리다.

그러나 간담회에 참석한 교장들은 자사고 재평가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중동고 오세목 교장은 "입시 일정도 얼마 남지 않아 재평가를 하기 위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며 "이미 평가가 종료됐는데 또다시 평가하는 것은 학교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자사고교장연합회 회장인 배재고 김용복 교장도 기자들과 만나 "평가 항목을 추가해 재평가한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항목 미달 학교의 경우 지정을 취소한다 하더라도 법인과 예산·시설 문제 등을 두고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 교장들이 재평가에 대해 반발했지만 이에 대해 별 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사고 교장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재평가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감 성향에 따라 정책이 번복되는 상황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간담회 후 한 자사고 교장은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손바닥 뒤집듯 교육정책이 바뀌고 있다"며 "자율성을 기반으로 설립된 자사고를 손보겠다는 것은 교육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시교육청은 조 교육감 당선 전에 학교운영, 교육과정운영 등 6개 영역의 27개 지표를 만들어 자사고 1차 평가를 진행했다. 그러나 조 교육감이 취임 후 '자사고 재평가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자사고가 일반고에 미치는 영향 등 교육 공공성 항목 지표를 추가해 재평가하겠다고 밝히면서 평가가 보류된 상태다. 태스크포스는 8월 중순까지 재평가를 마쳐 100점 만점에 70점 미만인 자사고는 일반고로 전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재지정 평가를 받는 서울 소재 자사고는 25곳 중 14곳이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