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자위권을 용인하는 각의 결정이 나온 이후 첫 주요 선거에서 일본 여권이 패배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공을 펴다 역풍을 맞은 셈이어서 집권당에서조차 향후 정국 운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3일 치러진 시가(滋賀)현 지사 선거에서 무소속 미카즈키 다이조(42) 후보가 또 다른 무소속 유력 경쟁자 고야리 다카시(46)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시가현 지사 임기 만료에 따라 치러진 선거로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일정을 잡아 선거를 실시한다.
둘 다 무소속이지만 민주당이 미카즈키 후보를,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민당이 고야리 후보를 각각 지지해 ‘여야 대리전’ 성격으로 치러졌다. 미카즈키 후보는 한때 민주당에 몸담았던 적이 있고, 친민주당 성향의 가다 유키코 현 지사의 후계자로 지명돼 민주당의 조직적인 지원을 받았다. 아베 정권도 보수 성향의 고야리 후보를 위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간사장 등을 파견해 선거를 도왔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내각이 밀어붙인 집단자위권 행사 문제가 승패를 갈랐다고 분석했다. 도쿄신문은 14일 “지난 7월 1일 집단자위권 행사를 허용한 각의 결정이 선거의 흐름을 바꿨다”며 “아베 정권에 대한 불신이 고야리 후보의 패배 원인이었다”고 보도했다. 투표 직후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집단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 해석을 통한 개헌 반대’가 60%를 넘었다며 결정적 패인으로 꼽았다. 보수 성향 매체들도 선거 결과를 아베 총리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선거 기간 정부가 추진한 집단자위권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역풍이 됐다”고 지적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선거 결과가 미칠 파장에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시바 자민당 간사장은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집단자위권 설명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오는 10월 후쿠시마현, 11월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를 대비해 “지금부터 반성하고 문제점을 개선하자”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도 의회에 출석해 “각국과 같이 (자유롭게) 집단자위권 행사가 헌법상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며 각의 결정 당시의 태도에서 한발 빼는 인상을 남겼다. 그는 “지난 정부가 결정한 기본적 논리를 넘어서는 무력행사가 용인되려면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아베 총리는 중국과의 관계 악화와 관련해 오는 11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중·일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뜻도 피력했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다니가키 사다카즈 법무상, 하야시 요시마사 농림수산상, 네모토 다쿠미 부흥상, 후루야 게이지 납치문제 담당상, 이나다 도모미 행정개혁 담당상 등 내각 각료 5명은 야스쿠니 신사의 전몰자 위령 행사에 등(燈)을 봉납해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
집단자위권 강행 역풍… 日 여당 지방선거 패배
입력 2014-07-15 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