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은 우리나라 암 사망원인 중 3∼4위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고 무서운 암이다. 간암이 무서운 이유는 진행된 상태에서는 치료가 어렵고 치명적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진행되기 전까지는 자각증세가 거의 없어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기 전에는 조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치료가 잘 된 분들도 적지 않다.
60세 여자분인데 평소 술을 즐기고 만성C형간염에 의한 간경변증을 갖고 계신 분이다. 만성간염이나 간경화가 있으면 간암 발생 위험이 높기 때문에 평소 간암 감시검사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 하다가 8cm 크기의 문맥이라는 큰 혈관을 침범한 진행된 상태의 간암으로 발견됐다. 수술을 하기엔 이미 늦어서 색전술과 방사선치료를 시행했는데 다행히 치료반응이 좋아 3년째 완치 상태로 외래 진료실을 잘 다니고 계신다.
78세 남자분으로 동료의사의 친척 되시는 분이다. 5년 전 내원 당시 간경화에 8cm 크기의 진행된 간암이 있었는데, 검사해 보니 간 기능이 부족해 절제술을 시행할 형편이 되지 못했다. 색전술을 3회 시행했는데 남아있는 부분이 있어 마침 우리 병원에 들어와 있던 최신 방사선치료기인 사이버나이프를 이용해 치료했더니 완치할 수 있었다. 이후 별일 없이 잘 지내시다가 작년에 작은 간암이 새로 생겨 역시 색전술과 방사선치료를 병용해 다시 완치에 도달했다. 간암은 잘 치료됐는데 간경화는 조금씩 진행돼 현재 복수를 동반한 간경변증으로 계속 통원 치료를 받고 계신다. 간암은 아무리 잘 치료되더라도 남은 간에 대개 간경화가 남아있기 때문에 재발이 흔하며 평생 재발 위험이 없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완치된 후에도 철저히 감시검사를 받아 재발하는 간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분은 바이러스성 간염이나 과다음주의 병력이 없었다. 요즘은 비만·당뇨병 등에 의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간경화나 간암 발생이 늘고 있는 추세다.
B형간염바이러스 보유자로서 10년 전 정기검진에서 간에 1cm 결절이 발견되어 내원한 45세의 여자분이다. 추가 검사상 간경변에 의한 결절로 진단돼 6개월마다 정기적인 검진을 계속했고, 5년 전 다른 부위에 2cm의 간암이 발생해 수술 후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하고 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수술을 받으려고 했는데, 수술 후 다시 일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사직을 만류했던 환자이다. 지금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치며 재발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신다.
간암이 진행된 상태일수록 치료 성적은 좋지 않아서 5년 생존율이 3기 간암은 15%, 4기 간암은 6% 정도이다.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된 간암 환자들은 생존기간이 수개월에 불과한 경우가 많지만, 열심히 치료하다 보면 일부 환자들은 의외로 좋은 치료 결과를 얻기도 한다.
따라서 아직 치료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 지레 포기하는 일 없이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한다. 만성간염이나 간경화가 있는 분들은 평소에 간질환 관리와 간암 감시검사를 철저히 받았어야 하나, 이런 사실을 잘 몰라서 불행히 진행된 상태에서 간암이 발견됐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끊임없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간암 치료법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에 희망을 가져야 한다.
한철주 원자력병원 간암센터장
[암 희망일기] 간암치료 포기 않으면 길은 있다
입력 2014-07-15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