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12차 협상 개시… 朴·習 ‘정상회담 효과’ 볼까

입력 2014-07-15 02:14

우리나라와 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해 14일 대구에서 12차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 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해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연 이후로 처음 열리는 공식 협상이다. 두 정상이 양국 간 FTA 협상의 연내 타결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한 만큼 교착에 빠진 협상이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특히 농산물 시장 개방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중국 협상단의 입장이 바뀔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공산품 열고 농산물 막는다=한·중 FTA의 성패를 가를 ‘뜨거운 감자’는 농업 분야다. 우리나라 정부는 쌀을 포함한 주요 농산물 품목을 개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농산물 시장을 양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FTA 협상이 일괄 타결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어느 한 분야라도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조약 체결은 불가능하다. 양국은 지난해 9월 1단계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품목 수 기준 90%, 수입액 기준 85%의 자유화 수준에 합의했다. 바꿔 말하면 품목 수 기준 10%, 수입액 기준 15%는 시장을 열지 않는다. 정부는 이 합의를 바탕으로 주요 농수산물을 개방 제외 품목에 포함시킨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민관 전문가들은 농축수산품은 2005년 이후 중국산 수입 규제를 강화하면서 어느 정도 경쟁력이 강해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충분치 않다고 분석한다. 중국산 농축수산물이 무관세 또는 저율관세로 수입되면 국내 농축수산업은 궤멸 위기로 내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협상 과정에서 중국 측에 농수산물은 개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철강, 자동차, 가전제품, 휴대전화 등 공산품 시장은 우리나라가 중국 측에 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품목이다. 산업부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분석에 따르면 높은 수준의 한·중 FTA가 발효될 경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0년간 최대 3.04% 늘어나고, 소비자후생은 365억8000만 달러(41조6792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치적 고려 어느 쪽에 유리할까=양측은 협상과정에서 비교 우위를 점하고 있는 품목을 개방하면서 자국에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려 노력했다. 그러나 농산물 분야 개방을 둘러싸고 ‘열려는 자’와 ‘잠그려는 자’의 입장이 부딪치며 큰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양국 정상의 ‘연내 타결 노력 강화’ 합의는 지리멸렬한 협상에 강한 추진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부 관계자는 “연내 타결은 중국 측이 더 희망한다고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이 경제적 실리보다 정치·외교적 이익에 무게를 두고 FTA 협상을 조기에 성사시키려는 뜻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상대국에 따라 경제적 목적 이외에도 정치·외교적 동기를 갖고 FTA를 체결해 왔다. 칠레·뉴질랜드와의 FTA는 경제적 이익을 추구한 반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대만과의 FTA에선 정치·외교적 실리를 동시에 추구했다.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 반영된 결과다.

이런 맥락에서 한·중 FTA에 접근하는 중국 측의 전략에도 다분히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 등으로 한·미·일 공조가 더욱 강화되기 전에 한·중 유대를 다져놓겠다는 접근이다.

◇해외 사례 제시하며 공산품 개방 유도=우리나라 정부는 중국 측의 태도 변화를 예상하고, 주력 수출품인 공산품 개방 수위를 최대한 높이도록 적극적인 압박 전술을 구사할 계획이다. 우리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주요국의 FTA 타결 사례와 국제적 기준을 핵심 논리로 중국과의 협상에 나선다.

국제적 선례에 비춰 보면 FTA 체결 시 공산품은 개방 수위가 높고 관세철폐 속도가 빠른 반면 농수산물은 민감도를 고려해 개방 문제가 신중하게 다뤄진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정부는 석유화학과 철강, 기계, 자동차 등 주력 수출품 시장의 조기 개방을 요구하는 한편 중국의 농수산물 시장 개방 요구에 맞선다는 계획이다. 대부분 나라에서 예민하게 여기는 농산물 문제를 쟁점화하지 말고 국제적 선례가 많이 쌓인 공산품 개방에 긍정적 태도를 보이는 것이 중국으로서도 연내 협상 타결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