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중력에서 해방되는 1000분의 1초

입력 2014-07-15 02:28
미국의 사진작가 조던 매터의 작품 ‘오!주여!’. 지난해 겨울 마이애미 해변가에서 마이애미시티발레단의 무용수 조바니를 찍은 사진이다. 조바니가 동료 단원의 강아지를 빌려 함께 도약하는 순간을 포착했다. 사비나미술관 제공
조던 매터
한 남자가 강아지를 양손에 쥔 채 해변가 위를 날고 있다. 트램펄린이나 와이어는 없다. 마치 중력이 없는 세상처럼 보인다.

미국의 사진가 조던 매터(48·사진)가 사진에서 포착한 찰나의 순간이다. 그가 촬영한 사진을 보고 사람들은 “인간이 중력의 법칙에서 해방되는 ‘1000분의 1초’”라고 표현한다.

찰나를 찍기 위해 조던 매터는 무용수와 협업했다. 그들의 움직임은 일상의 평범함마저 특별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번엔 서커스단 곡예사를 만났다.

조던 매터는 곡예사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한국에 소개한다. 15일부터 서울 종로구 율곡로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는 ‘우리 삶의 빛나는 순간들 : Magical Moment’전을 통해서다.

전시를 하루 앞둔 14일 조던 매터를 만났다. 전직 야구선수인 그는 사진작가인 할아버지 허버트 매터와 영화감독 아버지 알렉스 매터를 통해 예술적 영감을 키우며 자랐다. 배우로 전업을 한 뒤에는 주변 동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결정적으로 사진작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은 1998년 프랑스의 거장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전시에서 한 소년이 바게트 빵을 들고 웃으며 달려가는 사진을 본 뒤였다. 사진 전문 에이전시 매그넘 포토스로 유명한 브레송의 사진예술관의 대명사는 ‘결정적 순간’이다.

조던 매터는 “빵을 들고 달려간 아이는 어떻게 됐을까 상상했다. 그 사진처럼 이야기가 있는 사진을 하고 싶었다”면서 “브레송처럼 ‘결정적 순간’을 찍기로 결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그의 사진엔 이야기가 있다. 무용수를 통해 필라델피아의 벤 프랭클린 다리 밑 키스하는 남녀, 뉴욕 도심에서 강아지 배설물을 치우는 여자 등은 많은 이야기를 한다.

그의 이름이 결정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사진이 아니라 책을 통해서였다. 2012년 그 동안 찍은 사진들을 모아 출간한 ‘댄서 어몽 어스(Danver Among Us)’가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반스앤노블 최고의 책 등에 선정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존 T. 힐 예일대 전 사진학과장은 “무용수들이 보여주는 시적인 동작들을 풍부한 배경 속에 세심하게 구성했다”고 평가했다.

조던 매터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바로 서커스 곡예단을 렌즈에 담는 것이다. 태양의 서커스단의 솔로이스트로 활약한 프랑스 출신의 세계 최고 폴 곡예사 에두아르 두와예(‘한 여름밤의 꿈’), 타임지에서 선정한 미국 최고의 광대 벨로 녹(‘오늘 점심은 치즈버거’) 등과 함께 작업을 진행했다.

그는 “서커스 곡예단에게선 강한 신체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며 무용수의 모습에선 스토리 텔링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월 16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에는 ‘오! 주여!’ ‘한 여름밤의 꿈’ ‘세상을 뒤집다’ 등 무용수와 곡예사들을 찍은 63점의 사진을 작업 과정을 담은 메이킹 필름과 함께 선보인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