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은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많은 의사와 암환자들은 암 치료가 환자의 성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쉽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결혼한 암환자의 경우는 부부가 현재의 상황에 대해 같은 인식을 해야 하는데 이에 적응이 잘된 환자는 심리적 안정으로 치료 효과가 높은 반면, 잘 안된 경우는 갈등이 생겨 치료에 악영향을 준다.
특히 암환자의 배우자도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을 경험할 정도로 심각한 디스트레스(distress)에 빠질 수 있으므로 부부 간에 보다 친밀하고 적극적인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성생활 역시 이런 관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암환자의 성생활은 단순히 ‘해야 한다’ ‘안 된다’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대한암학회가 최근 간행한 ‘암환자의 성’에 따르면 성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부위에 암이 걸리거나 그 부위를 수술한 경우 성관계가 쉽지 않은데, 아랫배에 방사선 치료를 시행하는 경우 남성은 방사선이 음경으로 유입되는 혈관을 손상시켜 발기 기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여성 역시 골반부위 방사선 치료는 성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난소가 방사선에 많이 노출되면 난소의 기능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방사선 치료로 손상된 질은 내벽이 얇아져 쉽게 찢어질 수도 있는데 성관계 동안에 통증이 없어도 관계 후에 약간의 출혈을 경험할 수 있다. 그렇지만 방광·직장·자궁·자궁경부·질 등의 종양에서 출혈이 많지 않다면 골반 방사선 치료 시에도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
그렇다면 방사선 치료가 상대방에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체외 방사선 치료의 경우는 체내에 방사선을 남기지 않아 성관계 동안 파트너가 방사선에 노출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체내 방사선 치료는 방광·자궁·질 내부에 방사성 물질을 며칠 동안 삽입해 놓는 경우도 있어 이 방사성 물질이 몸안에 있는 동안에는 파트너도 방사선에 노출될 수 있다. 따라서 치료하는 동안 성관계를 중단해야 한다.
항암화학요법에서는 남성의 경우 대부분 정상적인 발기기능을 유지하며, 발기와 성욕이 감소해도 대부분 회복된다
여성의 경우 항암화학요법을 받는 상당수가 생리주기의 변화를 겪기도 하고 조기폐경을 경험한다. 질이 건조하고 좁아져 성관계 동안 불편함을 느낄 수 있고 질 내벽이 얇아져 성관계 후에 약간의 출혈이 있을 수 있다.
특히 항암화학요법은 면역계를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성관계 파트너로부터의 감염도 조심해야 한다. 이 경우 콘돔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암 치료가 환자에게 미치는 정신적·정서적 영향도 큰데, 특히 질환이나 치료 부작용으로 인해 예전같이 즉흥적인 성관계를 갖지 못할 경우 우울감과 상실감이 생길 수 있으므로 파트너, 의료진과 의논해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남성의 경우 암 치료로 인해 발기 기능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곤 하는데 이러한 불안과 스트레스가 오히려 발기 문제를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임신·출산을 고려하고 있다면 아이를 갖기 전부터 암 치료로 인한 영향 등에 대해 의료진과 적극적으로 상담하는 게 중요하다.
조민규 쿠키뉴스기자 kioo@kukimedia.co.kr
[암과의 동행] 암 걸렸다고 성생활 무조건 피할 필요 없다
입력 2014-07-15 0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