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환(56·가명)씨는 하악 좌·우측으로 각각 4개씩 치아가 없는 상태에서 치주염이 심해 A치과를 방문했다. 이어 진료비 300만원을 지급하고 좌·우측 제1대구치(#36, #46) 2개에 대해 투바디(Two-body)형 임플란트(인공치아 이식술)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1년 만에 치주염으로 인한 골 파괴로 임플란트를 전부 제거하게 됐다. 김씨는 "임플란트 후 치주염이 더 심해져 결국 해 넣었던 임플란트도 제거했다"고 하소연했다. 치아 임플란트의 부작용 사례다.
◇입속 악취, 주위염 예견된 부작용=치아 임플란트는 이가 없는 이에게 씹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반영구적인 치과 시술로 1990년대 초반 보급되기 시작한 이후 2000년대 들어서는 치과의 주요 수입원이 된 비급여 진료과목이다. 당시 임플란트 한 대의 진료비는 400만원에서 800만원까지 호가했다. 실력깨나 있는 치과의사들은 임플란트로 갈아타기 시작했고, 현재는 치과의사 10명 중 9명이 임플란트를 진료과목으로 내걸 정도다. 특히 외국에선 한국 치과의사들의 손기술이 남다르다며 그 실력을 인정하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까지 임플란트 환자들이 몰려드는 상황이다. 하지만 환자가 늘어나는 만큼 부작용도 늘고 있다. 부작용 사례 대부분은 임플란트 주위염과 악취다. 그런데 이 같은 부작용에 현직 치과의사가 “이는 이미 예견된 부작용”이라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또 치아 임플란트가 유방암 신장암 췌장암 혈액암 등 전신암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보건복지부는 7월부터 만 75세 이상 어르신의 임플란트 시술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했다. 급여 적용 대상 임플란트 시술에는 투바디형 임플란트가 포함돼 있어 안정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으로 활동한 신세계치과 황정빈 원장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투바디형 임플란트의 위해성을 보고했다.
위해성 보고에 따르면 원바디형과 달리 투바디형 임플란트에서는 고정체(Fixture)와 지대주(Abutment) 사이 공간에 치주질환의 원인이 되는 P.gingivalis(폴피로모나스 진지발리스)균 등이 스며들어 서식지를 형성한다. 임플란트 속 서식 공간이 좁을 경우 세균은 밖으로 삐져나오거나 몸 속 혈류를 타고 안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혈류를 타고 들어간 구강 내 세균들은 다른 세포들과 만나 각종 종양세포를 만들어 유방암 신장암 등을 유발시킨다는 것이다. 또 임플란트를 해 넣은 후 구취가 심해지는 것도 음식물을 씹을 때마다 이 틈 사이로 세균들이 들어가 서식하기 때문이라는 게 황 원장의 설명이다.
◇지대주 임플란트서 진지발리스균 발견=황 원장의 이 같은 주장은 국내는 물론 해외의 여러 치과대학에서 투바디 임플란트의 부작용 사례가 논문으로 발표되면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선대학교 대학원 치의학과(한명주 박사논문)에서 ‘임플란트-지대주 연결부 미세누출로 인한 치주질환 관련 세균의 검출’이라는 주제로 연구한 결과는 황 원장의 주장과 일치한다.
연구자는 이 병원 임플란트 센터에서 시술을 받고 현재 임플란트 보철물을 사용 중인 환자 27명을 대상으로 세균검사를 한 결과 지대주 임플란트에서 진지발리스균 등 치주질환의 원인이 되는 공격력 강한 구강 내 세균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연구자는 “임플란트 보철물 사용 환자의 세균조절 실패로 인해 구취, 출혈, 임플란트 주위염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황 원장이 투바디형 임플란트의 부작용을 알게 된 것은 논문이 나오기 전 환자 몇 명을 진료하면서부터다.
김영민(45·가명)씨는 악취가 심해 다른 치과에서 임플란트를 했지만 불만족스러워 수소문 끝에 황 원장을 찾았다. 황 원장이 김씨의 상황을 듣고 이전에 식립된 임플란트를 열어본 결과 그야말로 경악스러웠다. 투바디형의 임플란트였는데, 기둥과 기둥 사이에 시커먼 피가 덩어리져 있었던 것. 또 임플란트를 식립한 잇몸뼈 주변은 무너져 내려앉은 데다 벌겋게 변하기까지 해 세균의 침투를 가늠할 수 있었다.
김씨와 같은 임플란트 부작용 환자는 한두 명이 아니었다. 재내원한 환자의 90%는 치주질환에 시달렸고, 식립한 임플란트를 열어 보면 그 안에 마치 하수구를 연상하게 할 정도의 위해물질이 그득했다. 황 원장이 위해정보보고를 한 이유다. 또 경증의 염증이 장기화되면 우리 몸의 백혈구(면역세포) 체계에 이상이 오게 되고 결과적으로 전신 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입속 진지발리스균, 혈류 타고 암 등 각종 질병 유발=임플란트 치주염을 방치하면 진지발리스균 등 세균이 가지고 있는 독소와 면역체계에서 나오는 각종 사이토카인(Cytokine·세포 신호 전달을 매개하는 단백질 인자의 총칭)이 몸의 정상적인 활동을 방해해 당뇨나 류머티스 관절염 등 면역질환과 암을 일으키게 된다. 구강 내 세균은 다른 세균과 달리 혈관으로 침투하기가 쉬우며, 이렇게 침투한 세균이 혈관을 타고 우리 몸 여러 곳으로 이동하면서 질병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 영국 임페리얼대학과 미국 브라운대학의 전염병학 교수인 도미니크 미쇼드 박사팀은 ‘The Lancet Oncology’ 최신호를 통해 40∼75세 남성 4만8000여명을 18년 동안 추적 조사한 결과, 치주질환이 있었던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발생 위험이 췌장암 54%, 신장암 49%, 폐암 36%까지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MIT의 생명공학부 디돈 박사팀도 ‘사이토카인’과 관련된 효소 등이 정상 세포들의 DNA 구조를 손상시켜 암을 유발한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대한치과의사협회는 국내외 논문과 치료사례를 바탕으로 한 황 원장의 주장에 대해 “임플란트 사용 중 발견되는 p.gingvalis의 세균은 임플란트와 연관된 암 발생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는 않다”며 “임플란트는 자연치아와 마찬가지로 치주질환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적극적인 정기검진과 치주관리를 통해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규봉 쿠키뉴스 기자 ckb@kukimedia.co.kr
[“투바디 임플란트 부작용” 관련 반론보도]
본지는 지난 7월 15일자 건강면 “현직 치과의, 투바디 임플란트 부작용, 암 유발 가능성” 제하의 기사에서 임플란트 치주염이 암 유발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치주질환의 원인이 되는 진지발리스균이 암유발을 일으킨다는 인과관계는 현재까지 규명된 바 없으며, 기사에 인용된 조선대 한박사의 논문은 환자 혀 주위나 임플란트 주위열구보다 임플란트 고정체 내부에는 세균분포가 적었다는 것이 요지이며, 미쇼드 박사의 연구는 임플란트 주위염과 암과의 관계를 나타낸 것이 아니라 흡연인자에 따른 치주질환과 치아상실의 암유발 가능성에 대한 연구라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암과의 동행] 현직 치과醫 “투바디 임플란트 부작용, 癌유발 가능성”
입력 2014-07-15 0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