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cm 크기의 갑상선암을 두고 수술해야 할지 말지 논란이 많다. 갑상선암 과잉 진단과 수술 남발 논란 이후 뚜렷하게 나온 결론이 없기 때문에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1cm 이하 갑상선암도 수술해야 한다는 기존 원칙은 다른 암종보다 유독 높은 재발률을 근거로 한다. 미국 의학계에서 갑상선암 수술환자를 30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무려 30%가 재발하고 이 중 절반이 넘는 환자가 10년 이내에 재발했기 때문이다. 즉 이런 관찰 결과로 볼 때, 종양의 크기가 크다고 생각되는 1cm 이상의 갑상선암만 수술할 경우 재발하는 환자는 더 많아지고 재발되는 기간도 더 단축된다는 결론이 만들어진다. 병기와 크기를 떠나 재발이 잘되는 암인 만큼 수술을 통한 철저한 제거가 중요하다는 것이 주요한 견해로 자리한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과잉수술 논란이 사라지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설명할 수 없는 국내 환자의 증가요인에 있다.
이에 대해 정재훈 대한갑상선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은 정부 주도적인 추적관찰이 없는 점을 지적했다. 정 이사장은 “갑상선암은 예후가 좋아 그동안 특별히 예의주시해야 할 암이 아니었다. 최근에 들어서 한국인을 위협하는 암이 됐지만 과거에는 대장암, 위암 등에 밀려 보건복지 정책 입안자들의 논외 대상이었다. 갑상선암이 왜 급증했는지 명확히 답할 수 있는 사람이 현재로서 없는 상황이다. 사회적 요인, 환경적 요인을 알아볼 수 있는 대규모 역학조사가 이뤄져야 하지만 정부 주도 없이는 힘들다. 관련 부처가 나서서 지금 거론되고 있는 비만, 의료방사선 노출 등의 인자들이 실제 암 발병과 얼마나 관련성이 있는지 알아보는 작업이 시급히 이뤄져야만 국민에게 올바른 의료정보 제공이 가능해진다. 또한 과잉 의료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1cm보다 작은 갑상선암을 수술했을 때와 수술 없이 추적 관찰했을 때의 생존율을 비교한 연구가 없는 것도 논란을 불식시키지 못하는 배경이 된다. 이 같은 연구가 없는 이유에 대해 정 이사장은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과잉진단, 과잉수술에 관한 문제에 대해 정확한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도 수술하지 않은 채 추이를 지켜보는 그룹과 수술한 그룹으로 나눠서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수술하지 않은 환자그룹에서 암이 전이되거나 상태가 악화된다면 해당 의료진과 병원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된다. 또한 작은 갑상선암을 치료한 지 불과 10년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판단할 수 없는 사안이다. 다만 1cm이하 암은 수술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은 재발률과 사망률을 높이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어느 병원에서 미세유두상 갑상선암을 수술하지 않고 추적관찰한 결과 예후가 좋았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같은 아시아권 국가에서 나온 발표여서 국내 의료계에 끼친 영향력이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소규모로 진행된 임상결과여서 신뢰할 만한 데이터인지는 미지수다. 단 국내 갑상선 내분비외과 전문의라면 갑상선암이 예후가 좋다는 이유로 사망률을 높이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암과의 동행] 정재훈 대한갑상선학회 이사장 “갑상선암, 정부 주도 역학조사 필요”
입력 2014-07-15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