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국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평양을 방문, ‘아리랑’을 지휘했던 세계적 마에스트로 로린 마젤(사진)이 13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캐슬턴에 위치한 자신의 농장에서 폐렴에 따른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외신이 전했다. 항년 84세.
4세 때 바이올린을 배우며 음악에 입문한 고인은 7세 때 지휘를 시작했고 8세 때 아이다호대학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지휘 신동’으로 이름을 알렸다. 15세까지 뉴욕필, 시카고 심포니,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등을 지휘했고 60년에는 미국 지휘자로는 처음으로 바그너 오페라 축제인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무대에서 ‘로엔그린’을 지휘했다.
그는 우아하고 힘 있는 지휘로 정평이 나있다. 베를린 도이치 오페라 음악 총감독과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음악감독,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빈 국립오페라 극장감독,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수석지휘자 등을 지내며 거장 반열에 올랐다. 2002년부터 7년간 뉴욕필에서 상임지휘자 겸 음악감독을 맡았고 2006∼2011년 스페인 발렌시아 코무니타트 악단을 지휘했다.
2012년 뮌헨필의 수석 지휘자로 취임한 마젤은 2015년까지 이 단체를 이끌 계획이었다. 2005년에는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의 동명 소설이 바탕인 오페라 ‘1984’를 작곡했다.
2008년 평양 공연은 한국 대중에게 마젤의 이름을 각인한 계기가 됐다. 당시 북한 국가인 ‘애국가’를 시작으로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 등을 연주했다. 앙코르 곡으로 ‘아리랑’을 연주했을 때 관람객들은 감동의 눈물을 쏟아냈다. 이 벅찬 장면은 남북한을 비롯한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마젤은 평양 모란봉극장에서 북한의 조선국립교향악단을 직접 지휘하기도 했다. 올 3월에는 자선공연에 탈북 여성을 초청하는 등 음악을 통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데 애썼다.
마젤은 방북 외에도 우리나라와 인연이 각별하다. 78년 첫 내한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수차례 한국을 찾아 음악 세계를 선사했다. 2003년 서울시립교향악단 특별공연과 2010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오페라 ‘투란도트’를 지휘했다. 지난해에도 두 차례 내한했다.
국내 팬들에게는 첼리스트 겸 지휘자인 장한나(32)의 지휘 스승으로도 기억된다. 2009년 미국 버지니아에 창설한 캐슬턴 페스티벌에 장한나를 초대해 지휘 수업을 하기도 했고, 2010년 장한나가 우리나라에서 지휘자로 데뷔하는 현장에도 참석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28), 테너 김우경(37) 등과 협연했다. 12월에는 유럽에서 활동 중인 피아니스트 윤홍천(32)과 호흡을 맞출 예정이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한반도에 평화 선율 울리고 간 마에스트로 로린 마젤
입력 2014-07-15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