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악재 겹친 금융CEO들 “휴가 꿈못꿔”

입력 2014-07-15 02:16
직장인들이 연중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여름휴가철이다. 하지만 연초부터 각종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금융권의 표정은 밝지 않다. 최고경영자(CEO)들이 각종 현안에 휴가 일정조차 잡지 못하면서 직원들도 눈치를 보고 있다.

무엇보다 CEO들의 발목을 잡는 건 ‘징계’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카드정보 유출, 주전산시스템 전환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 등으로 인해 이미 한 차례 소명절차를 거쳤고, 17일과 24일에도 제재심의위원회가 예정돼 있다. 하나은행 김종준 행장도 마찬가지다. 이미 금융 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데다 KT ENS 부실대출로 또 한 차례 징계가 기다리고 있다.

하나은행과의 ‘조기통합’을 대외적으로 선언하고 나선 김한조 외환은행장 역시 휴가는 꿈도 못 꾸는 분위기다. 외환은행 노조가 5년 독립경영을 내세우며 적극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외적으로 가장 일반적인 이유는 ‘현안이 많아서’다. 민영화를 진행 중인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은행장은 우리은행 분리매각 방침이 나온 상태라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우리투자증권과 합병을 진행하고 있는 NH금융지주의 임종룡 회장도 비슷한 경우다.

휴가를 떠나는 금융 CEO도 있기는 하다.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은 개인적인 휴식 대신 직원들과 ‘해비타트 희망의 집짓기’ 봉사활동에 나선다. 한 금융권 임원은 “요즘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고, 각종 사건사고로 제재심의위원회 등을 앞두고 있어 분위기도 좋지 않다”며 “위에서 간다면 빠듯해도 시간을 내서 가겠지만 CEO도 안 가는데 밑에서 임원이 먼저 가겠다고 나서는 건 좀 그렇다”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