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과 조직력을 자랑하는 ‘전차군단’ 독일이 세밀한 패스와 강력한 역습 능력까지 보여주며 월드컵을 제패했다. 독일이 세계 축구의 정상에 오른 것은 우연이 아니다. 10년 장기 프로젝트의 결과다.
14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월드컵 결승전. 독일은 연장 혈투 끝에 아르헨티나를 1대 0으로 꺾고 통산 네 번째이자 통일 이후 첫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또 역대 최초로 미주 대륙에서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 올린 유럽 국가가 됐다. 독일은 우승 상금 3500만 달러(355억원)도 챙겼다. 통산 8번째로 결승에 진출해 브라질(7차례)을 제치고 단독선두에 올랐다.
요아힘 뢰브 독일 대표팀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오늘의 이 영광은 10년 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함께 시작한 월드컵 우승 프로젝트의 결과”라며 “그동안 우리는 끊임없이 발전했고 브라질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했다”고 밝혔다.
독일 대표팀 코치진은 2006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루카스 포돌스키(폴란드계) 등을 발탁했다.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독일인 부모에게서만 태어난 사람만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는 규정을 없앤 순혈주의 타파 움직임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2010 남아공월드컵에선 엔트리 23명 중 무려 11명을 터키, 폴란드, 브라질 등지에서 이주해 온 선수들로 채워 3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마리오 괴체(22)와 안드레 쉬를레(24) 등 신진들을 적극 기용해 세대교체를 추진했다. 구심점인 미로슬라프 클로제(36)와의 조화도 추구하면서다. 또 우수한 유소년 시스템과 분데스리가를 바탕으로 팀 완성도를 높여 나갔다. 독일은 힘과 스피드는 물론 패스 플레이까지 겸비한 신형 전차군단을 만들어 마침내 꿈을 이뤘다.
분데스리가의 활성화도 독일 축구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90년대 이후 프리메라리가, 프리미어리그, 세리에A에 ‘3대 빅리그’ 지위를 내준 분데스리가는 재정 혁신을 통해 리그 부흥에 성공했다.
구단들은 꾸준한 관중 동원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렸고, 그 수익을 유망주 육성에 투자했다.
독일의 다음 목표는 2016년 프랑스에서 열리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와 2018 러시아월드컵이다. 독일이 두 대회마저 평정한다면 진정한 1인자의 반열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전차군단 10년 담금질… 월드컵 들어올리다
입력 2014-07-15 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