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권당 대표의 정치력·존재감을 기대한다

입력 2014-07-15 02:50
새누리당이 14일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구성했다. 새누리당은 청와대, 내각과 더불어 집권세력의 삼각 축을 이루는 만큼 지도부의 어깨는 매우 무겁다. 세월호 참사와 두 번의 총리 인선 실패로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 지지도가 추락한 상황이어서 더더욱 그렇다. 특히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야당으로부터 퇴진 공세를 받고 있는 데다 유임된 정홍원 총리는 리더십의 한계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당 지도부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번 전당대회는 당초 예상과 달리 아주 격렬하게 치러져 후유증이 작지 않아 보인다. 한마디로 이전투구였다. 불법선거 논쟁이 난무하고 후보사퇴 공방까지 벌어져 한 식구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계파 갈등은 더 심화됐다. 그간에 쌓인 악감정을 치유하고 단합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시급하다. 박 대통령이 전당대회에 참석해 단합을 유달리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과거 강재섭 대표-이재오 최고위원, 안상수 대표-홍준표 최고위원 때처럼 사사건건 시비 걸고 싸울 경우 국민들의 외면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새 지도부 앞에는 수많은 과제가 놓여 있다. 당장은 코앞에 닥친 7·30재보선을 성공적으로 치러내야 한다. 국회 의석 과반수 벽이 무너질 경우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과제는 당·정·청 관계 정상화다. 현 정부 출범 후 새누리당은 도대체 존재감이 없었다. 박 대통령의 소통부재와 인사 난맥상이 계속되는데도 직언하는 정치인이 없었다. 대통령과 국민 사이가 멀어지도록 방치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모든 후보들이 대통령과 청와대를 적절히 견제하겠다고 다짐한 만큼 반드시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이는 무기력한 당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집권당은 총리가 이끄는 내각을 앞장서서 견인할 책무가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새누리당은 대통령 눈치만 보는 장관들을 불러 질책하는 모습을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 국민 입장에서 국민의 권익을 위해 좋은 의견을 내고 정부 정책을 조정해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새 지도부의 경우 경륜이 많은 데다 상당수는 행정 경험을 갖고 있는 만큼 당정협의를 활성화해 집권당으로서의 위상을 확실히 구축해야겠다.

야당과의 관계 재정립도 중요한 과제다. 이완구 원내대표가 정치력을 발휘해 새정치민주연합과 차근차근 신뢰를 쌓아가고 있지만 당 대표가 적극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대통령을 포함한 여권과 야당이 정치적 사안을 놓고 극한 대립을 할 경우 대통령과 야당을 중재하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새 지도부는 당의 쇄신에도 비상한 관심을 가져야겠다. 지금과 같은 부패, 기득권, 수구 이미지로는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다. 당의 안팎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20, 30대 젊은층의 지지를 받아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