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한국시간) 모 마틴(32·미국)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 2라운드에서 단독 선두로 나설 때만 해도 아무도 그를 주목하지 않았다. 30세가 돼서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입문할 정도로 철저한 무명선수였기 때문이다.
6년간의 2부 투어를 뒤로하고 2012년 LPGA 투어에 데뷔한 마틴은 63차례의 대회 중 톱10에 든 것은 단 한 차례뿐이었다. 키(1m60)도 작은 편인 데다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가 234야드로 LPGA 투어 선수 160명 가운데 156위에 머물 정도여서 이번 대회 우승을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마틴은 14일 자신의 LPGA 첫 우승을 메이저 무대에서 일궈냈다. 1오버파 성적으로 맞은 4라운드 18번홀(파5). 3번 우드로 친 세컨드샷이 그린을 빠르게 넘어가는 듯했지만 홀컵 깃대를 맞고 멈췄다. 마틴은 행운의 이글 퍼트로 최종합계 1언더파의 성적을 적어냈다.
마틴은 드라이버샷은 짧지만 페어웨이 안착률 1위(85.8%)를 무기로 이번 대회 우승을 일궈냈다. 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했던 박인비(26)는 연장전을 위해 버디가 꼭 필요했던 18번홀에서 러프와 벙커를 전전한 끝에 1타를 더 잃고는 망연자실해야 했다.
마틴은 수호천사처럼 여기던 할아버지를 지난 3월 하늘나라로 보내드렸다. 할아버지 링컨은 90세가 넘어서도 손녀의 투어를 따라다녀 골프장에서는 손녀보다 더 유명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읜 탓에 할아버지에 대한 정이 더욱 애틋했던 마틴은 할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9시간을 직접 운전해 달려갔다. 할아버지는 손녀와 하루를 더 보낸 끝에 눈을 감았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
하늘나라 할아버지에게 바친 ‘메이저 우승’
입력 2014-07-15 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