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인천 송도갯벌과 해안둘레길

입력 2014-07-15 02:18
긴 주걱 모양의 부리를 얕은 물 속에 넣어 이리저리 저으면서 먹이를 찾는 저어새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이다. 영어 이름은 ‘black-faced spoonbill(검정색 얼굴을 가진 숟가락 부리)’. 세계적으로 2700여 마리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만과 베트남 등 주로 동아시아에 서식하는데, 우리나라에도 매년 200∼300마리가 날아온다. 2006년쯤부터 인천 송도갯벌과 인근 남동공단 유수지가 주요 번식지로 꼽히고 있다.

송도갯벌에서는 저어새뿐 아니라 멸종위기 2급인 검은머리갈매기도 볼 수 있다. 검은머리갈매기는 지구상에 1만여 마리가 생존해 있고, 해마다 400여 마리가 송도갯벌을 찾아온다. 이밖에 검은머리물떼새, 알락꼬리마도요, 흰뺨검둥오리, 민물도요 등 희귀 조류들이 살고 있다.

이런 새들 덕분에 송도갯벌이 지난 10일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람사르협회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희귀 동식물종의 서식지로서 중요성을 가진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람사르 습지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창녕 우포늪, 순천만, 무안갯벌, 한라산 1100고지 습지 등 18곳이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데 이어 송도갯벌이 19번째다. 송도갯벌 역시 체계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곳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인천 둘레길 가운데 소래포구에서 동막역까지의 7코스와 동막역 인근 인천환경공단에서 용현갯골유수지까지의 10코스는 해안을 끼고 있다. 이 길을 걸으면 송도갯벌과 서해바다, 저어새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송도갯벌이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기 나흘 전인 지난 6일 이곳을 찾았다. 날씨는 더웠으나 소래포구 부근에서부터 저어새들을 만났다. 부리의 빠른 움직임이 신기하면서도 평화로운 느낌을 갖게 했다. 그다지 넓지는 않지만 갯벌 자체도 볼만했다. 아울러 송도국제도시의 스카이라인, 송도국제도시와 인천국제공항을 연결하는 21.38㎞의 인천대교 등 색다른 경치를 즐길 수 있었다.

문제는 둘레길이었다. 7코스 중간쯤부터 10코스 용현갯골유수지 직전까지 15㎞ 정도는 걷기가 힘들었다. 쓰레기투성이였고, 화장실에선 악취가 진동했다. 자전거 전용도로는 비교적 잘 정비돼 있으나 인도(人道)는 잡초로 뒤덮인 구간이 너무 많았다. 둘레길을 여유롭게 걸으면서 저어새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없는 이유를 알 듯했다. 유정복 새 인천시장은 송도갯벌 보전과 함께 해안둘레길 정돈도 신경 써야겠다.

김진홍 수석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