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성윤] 안정적인 국방비 보장 필요하다

입력 2014-07-15 02:33

동북아 정세가 우려할 만큼 유동적이다. 그러나 방위력 개선을 담보할 국방 개혁은 지지부진하다. 안정적이지 못한 국방예산이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위협은 다양화되고 외교 행보는 우리의 생각을 넘어 진화하고 있다. 역내 국가들의 군비 증강도 그렇고, 도서 영유권 분쟁 또한 우려할 수준이다. 우리의 방위 역량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요망되는 이유다. 현 위협만을 고려하더라도 이에 대응할 우리 군의 전력 배비 수준은 현저히 미흡하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그렇다고 가뜩이나 나라살림이 어려운데 국방예산 늘리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을 보장할 예산을 확보하는데 국민적 지지가 절실함을 외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주변 정세를 보자.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 특히 눈에 띈다. 자국의 ‘핵심 이익’은 군사력을 동원해서라도 지키겠다는 중국이다. 미국을 겨냥, ‘반접근·지역거부 전략’으로 원해(遠海)로부터의 적극적 차단을 방어 전략의 기조로 삼은 지 오래다. 미국은 공중 우세권과 해군력으로 전장을 지배한다는 전략을 발전시키고 있다. ‘공해전투’ 개념을 넘어선 ‘합동작전접근개념’이 그것이다. 긴장의 파고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일본은 북핵, 중국과의 도서 분쟁, 미국의 재정 형편을 들어 전력 증강에 나서고 있다. 국방비 총액 기준으로 일본을 넘어선 러시아는 중국과 전략적 공조는 물론 북한과의 군사적 관계를 확대하고 있다.

한반도는 어떠한가. 북한은 고농축 우라늄을 기반으로 핵 재고를 늘리고, 탄두 소형화에 힘을 쏟는 터다. 경험이 일천한 김정은이 오판할 경우 엉뚱한 결심을 할 수도 있다. 북한의 정치적 의도와 함께 군사력 실체에 대한 현실 인식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주변 정세는 이처럼 엄중하다. 한·미동맹이 튼튼한 안보자산임에는 틀림없으나 유일 초강국으로서 절대적 군사 우위를 누리던 미국의 위상은 예전만 못하다. ‘아태지역 전력 강화’ 천명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예산 자동삭감 조치는 중장기적으로 해외 군사력 운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유사시 증원전력 가용성이나 전작권 전환 후 국방 환경은 냉철히 짚어야 할 긴급 현안들이다.

급격한 정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체 역량 구축이 긴요하다. 그 토대는 핵심 전력 건설에 소요될 국방비를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일이다. 우리처럼 이스라엘은 무역 의존형 경제 구조라 외부 충격에 민감하다. 때문에 ‘적극적 방어’ 개념 하에 위협을 원천봉쇄할 수 있는 독자적인 능력 구비를 우선시해 GDP의 7% 이상을 국방비에 투입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의 국방비는 꾸준히 하락, 현재 2.5%선에 묶여 있다. ‘국방개혁 기본계획 2014-2030’에 따르면 우리 상비군은 2022년까지 11만여명이 감군된다. 개혁 차원의 방위력 개선으로 전력 공백을 메워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매년 7% 이상의 국방비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제 강건한 국방력을 통한 안보가 최선의 복지임을 상기할 때다. 국방비가 정권의 논리나 정쟁의 대상이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국방예산이 국방 개혁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돼서도 안 된다. 국방력은 생존의 기반이자 경제 발전의 주춧돌이기 때문이다. 경제유발 효과가 큰 만큼 국방비를 소모적인 것으로 봐선 곤란하다. 더불어 ‘군인은 사기를 먹고 산다’는 금언을 돌아볼 때 복지 서비스 확대로 장병들의 사기도 높여야 한다.

국방개혁을 위해 안정적인 국방비 보장이 필수적인 만큼 이를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사회적 합의가 절실함을 강조하고 싶다. 군도 국민의 세금인 국방비를 알뜰하게 씀으로써 보다 신뢰받는 조직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고성윤 국방연구원 명예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