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를 위해 세상에서 바보가 돼라

입력 2014-07-16 03:01
툴리안 차비진 목사는 “믿음의 가문을 박차고 쿨한 세상을 따라나섰지만 세상은 결국 허무임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한다. 두란노 제공
“이 세상 속에서 크리스천은 다 어디에 있나요. 교회가 세상과 똑같아졌습니다. 예수님도 예수님을 닮은 ‘세상이 기대하는 바로 그 사람 더(THE) 크리스천’을 찾으십니다.”

세계적인 영적 거장 빌리 그레이엄(96) 목사의 외손자인 저자가 세계 교회에 던지는 돌직구다. 저자는 미국 남동부 플로리다주 코럴릿지장로교회 담임목사로 주목받는 차세대 목회자이다. 그는 1972년 심리학자인 아버지와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딸 지지와의 사이에 태어나 믿음의 가문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그러나 10대 시절, 요나처럼 하나님을 피해 달아나 오랫동안 영적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21세 무렵, 마침내 그는 자신을 포기하지 않으시고 끝까지 추적하신 하나님의 충격적인 은혜를 만난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실제임을 체험한 그는 망설임 없이 주님께 자신의 인생을 드렸고, 이후 지금까지 그리스도의 신실한 종으로 살고 있다.

“크리스천도 세상 사람처럼 유행을 따라가며 세상 사람들이 좇는 것을 좇기 위해 시간과 돈과 지적 에너지를 쏟고 있지 않습니까?”

저자가 이 책에서 수없이 반복하고 있는 요점은 세상과 구별돼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리스도를 위해 세상에서 바보가 되기를 간구하면서 믿음에서는 폴리캅(Polycarp)에 버금가는 거인이 되라고 역설한다. 폴리캅은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전면적으로 기독교를 탄압했던 2세기 당시 서머나 교회의 감독이었다. 그는 그리스도를 욕하기만 하면 당장 풀어주겠다는 총독의 간곡한 설득에도 단호한 목소리로 일축했다. “내가 살아온 86년간 주님은 한 번도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찌 저를 구원해 주신 왕을 욕할 수 있겠습니까?”

들짐승과 돌로 죽이겠다고 위협해도 폴리캅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는 “뭘 기다리시오. 어서 마음대로 하시오”라고 말했다. 군중은 폴리캅의 사형을 요구했다. 그가 기도를 마치자마자 병사들이 나무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불은 그의 주위로만 타오를 뿐 그를 태우지는 못했다. 결국 한 병사가 그를 칼로 찔렀다. 폴리캅이 칼에 찔리자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와 불을 꺼뜨렸다. 어쩔 수 없이 병사들은 그의 시신을 다시 불 위에 놓고 태웠다.

“큰 교회와 사역 단체는 즐비한데 큰 크리스천은 보이지 않습니다.” 저자는 끝없이 질문을 던지면서 해답을 내놓는다. “세상과 똑같은 메시지를 들고 나가 봐야 세상은 꿈적도 하지 않습니다. 그리스도를 위해 바보가 되세요. 세상에 살되 세상에 속하지 마세요. 세상을 위해 세상을 거슬러 살아야 합니다.”

저자는 “현재의 자리를 새롭게 하라”면서 종교개혁과 관련된 일화를 소개한다. 한 남자가 마르틴 루터를 찾아와 자신이 최근 예수님을 영접했는데 이제 목숨을 다해 그분을 섬기고 싶다고 말했다. 목사나 전도사가 돼야 하는지를 묻는 것이었다. 루터는 이렇게 되물었다. “지금 하시는 일이 무엇입니까?”

“신발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 남자의 말에 루터는 빙그레 웃었다. “그러면 좋은 신발을 만들어 양심적인 가격에 파세요.” 예수님을 섬기기 위해 소명을 버릴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그 일을 열심히 하고 더 고상한 목표를 품고 현재의 일을 훌륭히 해낸다면 그것이 바로 하나님께 영광이 되는 길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크리스천들이 자리가 없어서 이 세상을 제대로 변화시키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현재의 자리에서 크리스천답게 살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술가나 법률가, 의사, 사업가로 일하면서도 얼마든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책을 내려놓기 전에 씁쓸한 웃음을 자아내는 ‘토크쇼식 톱 10 리스트’에 답을 달아보자. ‘세상이 기대하는 그 사람’이 무슨 의미인지 감이 잡힐 것이다. 당신은 더 크리스천인가.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