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대립과 갈등을 전제로 한다. 이해관계가 다른 각 세력 간의 대립과 갈등을 최소화하고 해소하기 위한 것이 정치다. 정치에서 대화와 타협이 필요한 것도 대립과 갈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판의 싸움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집단이 여야로 나뉘어 국민의 지지를 받아 집권하기 위해 공격하고 방어하면서 발전하는 게 정당정치고 민주정치다. 대립과 갈등이 없고 정쟁이 없는 것은 일당독재체제에서나 가능하다. 물론 여야가 드잡이를 하는 등의 물리적 충돌까지를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건 아니다.
필자는 정치판의 싸움을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다. 하지만 여야가 튀밥을 주워 먹겠다고 노적가리에 불 지르기도 마다하지 않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그 생각이 싹 바뀐다. 입만 열면 애국 애족을 전매특허 낸 양 떠드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조그만 이익을 취하자고 국가 민족에 대한 자해행위, 심한 경우 이적행위도 서슴지 않으니 말이다.
여야 각 한 가지씩만 사례를 들겠다. 지난 2012년 대선 때 있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과 최근 있었던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반민족 식민사관 논란이다.
먼저 NLL 논란과 관련하여 필자도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김정일과의 회담에서 자신이 핵 문제 등에 관해 북한의 대변인 노릇을 했다고 한 발언이나 미국에 대해 반감(?)을 드러낸 데 대해서는 좋게 생각지 않는다. NLL에 대해서도 “남측에서는 영토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국제법적인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다”는 등의 발언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적절하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그는 NLL에 대해 “현실로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NLL 말만 나오면 막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니 위원장과 내가 깊이 논의해보자”는 요지의 발언을 덧붙였다. NLL을 없애라는 김정일의 요구에 대안을 가지고 협의해보자고 대응한 것이다.
새누리당 쪽은 비밀로 분류된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어떻게 입수했는지 (비밀회담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실정법과 국제 관례를 어기고) 이를 폭로하면서 그가 NLL 포기 선언을 했다고 몰아붙였다. 그들이 겨냥한 것은 회담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가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 문재인 의원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거야말로 튀밥 주워 먹겠다고 노적가리에 불 지른 격이다. 설령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NLL 포기로 해석되더라도 NLL을 지켜야 할 쪽은 그건 포기 발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게 옳다. 만일 북한이 “당신네 국가 대표인 대통령도 NLL을 포기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우긴다면 우리는 뭐라고 대꾸할 것인가. 대선 득표 전략으로 우리 국가원수가 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외치는 것이야말로 자해행위요 북한을 돕는 이적행위가 아닌가 말이다. NLL 발언 공격의 선봉에 섰던 새누리당 윤상현 사무총장이 최근 “노 전 대통령은 NLL 포기라는 말씀을 한 번도 쓰지 않으셨다. 국가 최고통수권자가 어떻게 영토를 포기할 수 있겠느냐”고 고해성사(?)를 한 것은 논란을 매듭짓는 백미다.
도중하차한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반민족 식민사관 논란도 튀밥 주워 먹기의 다름 아니다. 우리에게 일제의 식민지배와 한국전쟁 등 고난과 시련을 거치게 한 뒤 오늘의 축복을 주신 게 하나님의 뜻이라는 강연 내용이 반민족적이라는 일부 언론과 야당의 주장이야말로 누워서 침 뱉기다. 망국 전 우리 민족의 부끄러웠던 점을 지적하며 정신 차리자는 것이 민족 비하이고 식민사관이라면 “우리나라가 독립되면 우리가 일본인들 못지않게 독립 국가를 이끌 저력이 있느냐”면서 민족 개조를 외친 안창호 선생 등 많은 민족 지도자들은? 정부 여당을 흔들어 이익을 얻자고 멀쩡한 사람을 식민사관 소유자로 만드는 것은 자기들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려는 일본의 국수주의자들을 돕는 행위다. 죄악 된 역사를 부인하는 일본인들이 야당의 주장을 근거로 “너희 나라 총리 후보자도 우리의 식민지배를 정당하다지 않았느냐”고 할 때 그들은 뭐라고 대꾸할지 궁금하다.
백화종 논설고문
[백화종 칼럼] 튀밥 줍자고 노적가리에 불 질러서야
입력 2014-07-15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