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과외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그만두고 40일 작정기도를 드리던 어느 날이었다. “혹시 박순애 선생님 아니십니까?” 거리에서 한 사내가 나를 불러세웠다. 스포츠머리에 떡 벌어진 어깨, 단번에 재소자 출신임을 알아봤다. 깍듯이 인사하더니 자신을 소개했다. 청송교도소에서 내 강의를 듣고 하나님을 영접했으며, 출소하면 꼭 나를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했단다. 새벽에는 신문을 배달하고 한 중소기업에 취직해 열심히 살고 있다고 했다. 신장을 기증해 죽어가던 군인을 살렸다며 수술 부위 영광의 상처도 보여줬다. 참 행복해 보였다.
사내는 “선생님은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었다. 사실 재소자들을 만나면서 깨달은 게 있었다. 진실만이 사람을 감동시킨다. 지금 처한 내 상황을 처음 보는 사내에게 모두 털어놓았다. 그렇게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은 뒤 우리는 헤어졌다.
그런데 사흘 뒤 사내에게서 연락이 왔다. 자신의 회사 사장님이 나를 꼭 만나고 싶어한다는 거였다. 재소자 출신을 채용한 사장님은 자신도 좋은 일을 하고 싶다며 다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학원 차릴 돈을 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나를 언제 봤다고 그런 큰돈을 빌려준단 말인가. 사장님은 “우리 직원을 이렇게 멋지게 변화시킨 분인데, 무엇이 더 필요한가”라며 오히려 재소자 사역을 멈추지 말아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사내도 간곡하게 말했다. “선생님, 돈 갚는 것은 걱정하지 마시고 꼭 성공하세요. 이 튼튼한 몸으로 열심히 일해서 제가 갚으면 됩니다. 선생님께 받은 은혜가 얼마인데요.”
대체 내가 뭐라고, 하나님은 이렇게 큰 은혜를 베풀어주신단 말인가. 세상적인 기준으로 보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하나님의 일이기에 가능한 거다. 그렇다면 초등학교 중퇴로 과연 학원 원장이 될 수 있을까. 기도의 힘은 하나님의 능력이기에 나는 염려치 않았다. 어차피 하나님이 하실 일이기 때문이다. 학원 원장 자격에 특별한 규정은 없었다. 교원자격증을 갖춘 교사를 직원으로 채용하면 됐다.
40일 작정기도가 끝나는 날, 속셈학원 간판을 걸고 개원 예배를 드렸다. 학원 문을 여는 날 60명의 학생들이 왔다. 내게 공부를 배웠던 학생들이 모두 돌아왔다. 1년 후 176명이 됐고, 두 번째로 피아노 학원을 열었다.
당시 학원 두 곳에서 들어오는 월 수입이 약 2400만원. 교사 월급, 건물 임대료, 차량 유지비 등 학원 운영비를 제하면 750만원이 내 손에 들어왔다. 매월 십일조로 80만원을 드렸다. 그런데 새벽예배를 드리던 어느 날, 단호한 음성이 가슴에서부터 울려퍼졌다. “온전한 십일조를 드려라!”
정신이 번쩍 들 정도였다. 결코 적은 십일조를 드린 게 아닌데, 왜 주님은 이런 말씀을 하신 걸까. 스스로를 돌아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32명을 과외할 때 20만원의 십일조를 드렸는데, 지금 300명이 넘는 아이들을 가르치며 내가 드린 십일조는 고작 80만원. 이건 내 방식, 내 계산대로 드린 십일조였다. 그 계산법이 잘못된 것이다. 하나님 앞에 정직하지 못했음을 회개했다.
십일조 통을 하나 만들었다. 이름은 ‘축복의 십일조’. 그날 이후 학원비가 들어오면 바로 10분의 1을 떼어 통 안에 담았다. 그렇게 한 달을 모아 250만원의 십일조를 바쳤다. 온전한 십일조를 드리는 일, 처음 결단하는 게 힘들다. 하지만 마음의 중심을 잡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쉬워진다.
축복의 십일조는 더 큰 열매를 맺었다. 6개월 뒤 세 번째로 컴퓨터 학원 문을 열었다. 이어 웅변·글짓기·미술·태권도 학원에 유치원, 중·고등부 학원까지…. 1994년에 땅을 사고 학원 건물을 지었다. 95년 3월 31일 청송에서 서울로 올라온 지 5년 만에 벧엘종합학원 개원 예배를 드렸다. 1000여명의 학생이 다녔다. 십일조의 순종으로 빚어진 내 인생 최고의 축복이었음을 고백한다.
정리=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역경의 열매] 박순애 (7) 40일 작정기도의 힘… ‘속성학원’ 개원 축복을
입력 2014-07-15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