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이 오면 활개를 치는 옷, 탱크톱에 대한 얘기를 해야겠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민소매 상의라고는 하나 러닝셔츠처럼 생긴 탱크톱을 관통하는 마음은 다소 불편하다. 입어보기 전까지는 모른다. 단순한 디자인과 시원함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볼 때는 멀쩡하지만 입으면 팔뚝과 겨드랑이의 살이 도드라져 신경을 돋운다.
탱크톱의 생명은 목선과 암홀에 있다. 암홀이 꽉 끼면 심술 난 아이의 불쑥 내민 입술처럼 겨드랑이의 군살이 밀려나온다. 돌출된 군살이 보이지 않으려면 어깨끈이 바깥쪽으로 향해야 한다. 양 옆으로 확대된 파임은 얼굴선을 갸름해 보이게 하는 데 공조한다. 즉 U자 모양이 가능한 한 넓게 퍼져야 여분의 살집이 가려진다.
탱크톱이라는 명칭은 1920∼30년대 원피스 수영복을 명명했던 탱크슈트에서 기원한 것인 만큼 몸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옷이다(오늘날 수영장을 칭하는 ‘스위밍 풀’이 한때는 ‘스위밍 탱크’로 불렸다고 한다). 요즘은 탱크톱이 버젓한 겉옷으로 활약하고 있으나 그 탄생 배경을 살피면 부둣가 인부들이 입었던 작업복이었으며 속옷에 가까운 내성적인 옷이었다. 지금과 같이 세련되게 변화한 것은 1990년대 초반 겹쳐 입는 레이어드 룩이 유행하면서 감각화되기 시작했다. 이제 탱크톱은 멋을 아는 여자들의 전천후 아이템으로 때로는 운동복으로, 때로는 재킷 안에 받쳐 입는 이너웨어로, 때로는 청바지를 빛내주는 저녁 외출복 상의로 각광받고 있다.
김은정(패션 칼럼니스트)
[패션노트] (27) 탱크톱, 알고 보면 유용한 상의
입력 2014-07-15 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