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제19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박원(29). 당시 데뷔 11년차 가수이자 이 대회 8회 대상 수상자였던 정지찬(42)이 그를 알아봤다. 그러나 박원은 “가수가 될 생각이 없다”며 음반 기획사들의 러브 콜을 못들은 척 했다. 정지찬은 어느 날 그를 집으로 초대했고, 13세나 어린 후배와 함께 노래 부르고 녹음도 해보는 놀이를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두 사람은 ‘원 모어 찬스(One more chance)’라는 이름의 듀엣으로 2010년 세상에 나왔다. ‘시간을 거슬러’ ‘널 생각해’로 그해 이름을 알렸고 2012년 10월 정규 1집 ‘눈을 감으며’를 발표했다. 지난해엔 네차례의 콘서트를 열었다.
반짝 등장했다 사라지는 유행곡이 쏟아지는 가운데 ‘스테디셀러 음악’을 표방하는 원 모어 찬스가 지난달 신보 ‘원 모어 찬스 2nd 미니’를 내놨다. 1년 6개월 만이다.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난 두 사람은 “살아가면서 마음에 들어오는 것들을 모두 모아뒀다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골라 내놨다”고 소개했다.
앨범에는 사랑에 빠진 남자의 마음을 담은 ‘뭐가 그리 좋은지 몰라’, 사랑하는 사람을 알아보게 된 운명적 순간에 대해 얘기하는 ‘그댈 만나기 위해’ 등 6곡이 수록됐다. 이별의 아픔을 담은 ‘걸어간다’는 박원의 첫 자작곡이어서 의미를 더한다. 유명 뮤지션과 신예의 만남. 색다른 조합이면서도 데뷔 때부터 대중에게 편안하게 다가오는 음악들이다. 단단한 내공과 신선한 에너지가 공존한다는 평을 듣는 두 사람은 이번 앨범에서도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잘 채워주고 있다.
상대방의 장점을 묻자 박원은 “내게 음악을 만들어서 부르는 재미를 알려줬다. 나를 성장하게 하는 최고의 스승이다”라고 고마워했다. 정지찬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노래에 몰입하는 모습이 좋았고 음악에 빠져드는 걸 도와주는 게 재밌었다. 지금도 공연할 때 제일 큰 기쁨은 확 몰입해서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칭찬했다. 원 모어 찬스는 26∼2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연다. 두 사람은 “둘이 함께 즐겁게 음악을 하는 게 우리의 첫 번째 목표”라며 “앞으로도 ‘어떤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보단 계속 ‘원 모어 찬스’로 남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유명 뮤지션·신예 듀오 “살면서 마음에 들어온 얘기 담았어요”
입력 2014-07-15 0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