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재보선] ‘엄친딸’ 이미지 벗기, 인지도 높이기, 노점상과 만남

입력 2014-07-14 02:31 수정 2014-07-14 02:38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가 13일 서울 동작구 흑석로 중앙대 캠퍼스에서 '대학생들과의 리얼토크'를 갖고 있다. 구성찬 기자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13일 서울 동작구 남성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상인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구성찬 기자
노회찬 정의당 후보(왼쪽)가 13일 남성시장에서 오토바이를 탄 시민의 손을 잡으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동작을은 7·30 재·보궐선거 최대 격전지다. 나경원(새누리당) 기동민(새정치민주연합) 노회찬(정의당) 후보는 후보등록 후 첫 일요일인 13일 ‘소리 없는 전쟁’을 시작했다.

나 후보는 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청년층을 집중 공략하며 ‘엄친딸’ 이미지 탈피에 총력을 쏟았다. 오전 6시50분 산악회 회원들과의 만남으로 하루를 시작한 그는 지역 내 대학생들과의 간담회를 첫 공식 일정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나 후보는 오후 1시30분 중앙대 제1의학관 앞 벤치에서 중앙대 숭실대 총신대 등 7개 대학 학생 12명과 ‘대학생들과의 리얼토크’를 가졌다.

학생들은 골목길이 많은 동작구 지역의 치안 문제 해결과 학비·주거비·생활비 경감 대책 마련, 체육시설 확보, 도로 확장 등 다양한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나 후보는 “(서울) 중구에서 국회의원 활동을 할 때 CCTV 확충 등 주민안전 정책을 성공적으로 펼쳤다. 국회 차원의 등록금 경감책뿐 아니라 대학과 학생들을 위한 장학기금 조성 등을 검토하겠다”며 “도로 확장, 체육시설 확충에도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자신의 사법시험 낙방 경험 등을 전하며 무한경쟁 환경에 놓인 학생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그는 학생들과 휴대전화로 ‘인증샷’을 찍는 등 친밀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나 후보는 저녁까지 남성시장 관악시장 등 전통시장을 방문하며 상인 및 주민들과 스킨십을 쌓았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부유층 이미지로 곤욕을 치른 만큼 서민층과의 접점을 확장하는 일을 선거 중요 전략으로 여기고 있다.

기 후보는 나 후보에게 크게 뒤져 있는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사력을 다했다. 오전 7시 공식 일정을 시작한 그는 교회 4곳과 체육 동호회 3곳, 전통시장 등을 부지런히 다녔다. 90도 가까이 허리를 숙여 인사하며 시민들과 마주했다.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 온 체육 동호인과 종교인, 상인들을 집중적으로 접촉해 ‘입소문’을 내겠다는 전략이다.

기 후보는 전통적인 거리인사를 진행하는 한편 체육 동호회 모임 등에서는 박원순 시장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이른바 ‘박원순 마케팅’도 펼쳤다. 그는 “(동작을에) 거물 정치인들이 왔다 갔지만 지역 현안은 처리하지 못했다”며 “박 시장과 함께 한 행정 경험을 살려 지역 현안들을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어깨띠에는 ‘박원순의 부시장’이라는 글귀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밝은 표정으로 기 후보의 인사를 받았지만 반응은 다양했다. 축구 동호회에서 만난 봉영진(44)씨는 “잘 모르는 분이었는데 막상 만나보니 수수해서 좋다. 시민을 위해 열심히 일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남성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처음 봤는데 인상 좋네. 자꾸 자기들끼리 (당 내부에서) 싸우지 말고 좋은 모습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략공천 때문에 야기됐던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과의 갈등에 대한 꼬집음이었다. 일부 시민들은 전략공천을 직접 비판하기도 했다.

노 후보도 하루 종일 지역 내 체육 동호회와 종교시설, 전통시장을 오가며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노 후보 캠프 관계자는 “오늘의 가장 중요한 일정은 전국노점상연합회(전노련) 소속 동작지역 노점상인과의 만남”이라며 “낮은 자세로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는 분들과의 연대가 가장 중요한 선거운동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동작을 재보선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바로 ‘외지인 삼파전’이다. 나 후보나 기 후보가 모두 당내 논란 끝에 지도부가 직접 낙점하는 ‘전략공천’ 방식으로 후보가 됐고, 노 후보 역시 이번 선거를 위해 원래 지역구(서울 노원병)를 버리고 이곳으로 왔기 때문이다. 나 후보는 자신이 예전 흑석동 출생이라는 점과 외조부가 동작구 소재 초등학교 졸업생이란 점 등 동작구와의 인연을 부각시켰다. 노 후보는 대학생이던 1970년대 후반 가족과 함께 동작구에 2∼3년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동안 정치적 인연이 없었던 동작 주민들에게 이들의 ‘인연’ 호소가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