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고 출신의 감사원 감사관이 철도 관련 납품업체 9곳에서 감사 관련 청탁 등을 받고 수억원대 뒷돈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뒷돈 관리를 위해 8개의 차명계좌를 사용했다.
김모(51·4급) 감사관은 2006년 6월 레일체결장치 납품업체 ㈜에이브이티(AVT) 대표 이모(55)씨로부터 경쟁사인 P사 제품의 문제점이 정리된 자료를 받고 “감사에 활용해 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당시 감사원은 ‘경부고속철도 2단계 건설사업 추진실태’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이었다. 김씨는 자료를 직접 감사원 감사정보로 등록하고 담당자에게도 전달했다. 김씨는 그해 12월 서울의 한 식당에서 이씨를 만나 사례비로 현금 4000만원을 받았다.
김씨는 이듬해 감사 결과가 AVT사에 유리하게 나오자 이씨에게 “이사비용이 없으니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이런 식으로 2006년 12월부터 2012년 3월까지 모두 12차례에 걸쳐 800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김씨는 2000년 레일체결장치 납품업체인 AVT사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현장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이씨를 처음 만났으며 이후 지속적인 ‘관리’를 받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AVT사 외에 다른 8개 업체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600만∼2800만원씩 모두 1억4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설계 및 감리, 교량방수, 도면관리, 철거공사 등 철도 관련 다양한 하도급 업체가 포함됐다. 업체 대표들은 검찰조사에서 “‘회식비 등이 필요하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돈이 필요하다’ ‘가족이 입원했으니 도와 달라’는 식으로 김씨가 먼저 돈을 요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9개 업체로부터 모두 50차례 이상 돈을 받아 썼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납품업체 관계자들과 주로 학교 인맥으로 연결되거나 감사 현장에서 만난 뒤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 결과는 공공기관 사업을 담당하는 일반 시공 및 납품회사까지 영향을 받게 돼 업체들이 금품 요구에 응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뇌물을 대부분 현금으로 받은 뒤 차명계좌로 관리했다. 이를 위해 친인척 4명의 이름으로 8개 계좌를 만들었다. 김씨는 이 돈으로 강원도 정선 카지노에서 거액의 도박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차명계좌에는 카지노에서 입금된 수억원이 발견됐다. 검찰은 차명계좌 입금액 9억원 중 뇌물 혐의가 입증된 2억2000만원만 범죄 사실로 특정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후곤)는 김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및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검찰은 뇌물 공여 업체들이 모두 철도시설관리공단과도 연계돼 있어 공단 관계자들에게도 돈이 건네졌을 수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철도고 출신 鐵피아 납품업체에 갑질
입력 2014-07-14 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