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같은 칸서 ‘더워요’ ‘추워요’… 한여름 지하철 문자신고 천태만상

입력 2014-07-14 14:35 수정 2014-07-14 20:05
서울 성동구 서울도시철도공사 고객센터 상황실에서 지난 11일 상담원들이 지하철 승객들의 문자메시지와 전화 민원을 처리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지난 10일 오전 7시50분 서울도시철도공사의 5678고객센터 상황실에서 상담원 임모(42)씨는 딜레마에 빠졌다. 모니터로 승객들의 문자메시지 신고가 줄지어 들어왔다. ‘6호선 안암역 가는 열차 1-3번 칸인데 에어컨 좀 더 세게 틀어주세요.’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승객 3명이 덥다고 문자를 보냈다. 거의 동시에 ‘6호선 안암역행 온도 좀 높여주세요’라며 ‘에어컨 추위’를 호소하는 문자도 두 통이나 왔다.

상반된 주문의 문자 다섯 통에 임씨 미간에는 줄이 갔다. 임씨는 문자를 하나하나 선택해 ‘고객님 죄송합니다. 열차 내 쾌적한 환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답장을 보낸 뒤 관제센터에 보고했다. 이제 해당 차량 기관사는 곧 “적정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조절하고 있으니 추위를 느끼신 분은 약냉방칸으로 이동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안내 방송을 하게 된다.

여름철 지하철 고객센터에서 때 아닌 ‘문자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객차 안이 ‘더워 죽겠다’는 승객과 ‘추워 죽겠다’는 사람들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에어컨 원격조종에 나서면서 상황실은 수시로 이런 고민에 빠진다.

올 상반기 서울메트로(지하철 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에 들어온 지하철 불편사항 ‘문자신고’는 약 80%가 에어컨 문제였다. 결과는 ‘덥다’의 압승. 덥다는 문자가 8만541건으로 춥다(2만4069건)를 크게 눌렀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매년 평균기온이 올라가고 승객도 늘면서 온도 민원이 꾸준히 증가해 하루에만 600여건씩 ‘온도 문자’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문자신고가 활발해지면서 승객들의 난감한 요구도 늘고 있다. 서울도시철도공사에는 올 초 석 달간 “다른 승객이 껌 씹는 소리가 시끄럽다”며 100번 이상 신고한 사람이 있었다. 공사 관계자들이 ‘껌남’이라고 부르는 이 민원인은 “껌 씹지 말라는 안내방송을 왜 안 하냐”며 항의전화까지 해 상담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불확실한 도난 신고도 많은 편이다. 상담원 임씨의 경우 지난 4월 ‘6호선 지하철에서 우산을 잃어버렸다’는 문자신고를 받았다. 민원인은 언제 어디서 내렸는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임씨는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의 위치를 물어 해당 역을 추측하고 민원 문자가 온 시간 등 정보를 종합해 결국 우산을 찾아냈다. 상황실에는 이런 승객의 감사 문자나 전화가 하루 10여통씩 온다고 한다. 임씨는 “승객들이 고맙다고 전화해주면 나름대로 보람을 많이 느낀다”고 했다.

2007년 도입된 지하철 문자신고 서비스는 간편한 신고 절차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2012년 41만9308건이던 서울도시철도공사·서울메트로 지하철 문자신고는 지난해 53만5134건으로 늘었다. 올 상반기에도 벌써 33만5565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에는 ‘지하철 도와주세요!’라는 문자신고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까지 등장했다. 신고 내용도 잡상인 문제부터 성추행 피해까지 광범위하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고객센터엔 건축 차량 토목 신호 기술 승무 운행 등 다양한 분야를 거친 정규 직원들이 3조2교대로 24시간 상주한다. 최종호 차장은 “기술적인 부분을 묻는 민원도 많다. 해당 업무를 직접 해본 직원들이 고객을 상대해 민원 처리 속도가 빠르다”고 설명했다.

전수민 임지훈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