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에 보내 온 日 할머니 ‘손뜨개 장미’

입력 2014-07-14 02:44
한 일본인 할머니가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에게 보내온 손수 뜬 장미 모양의 수세미와 손편지.

“슬픔 속에서 다시 일어나도록 손 잡아주고 싶고, 다시 한번 환한 미소 지을 수 있도록 해 드리고 싶어, 이 한 송이 장미가 비록 향기는 없지만 이런 제 마음을 전할 수만 있다면….”

자신을 ‘히로시마에 사는 이른(‘일흔’을 잘못 쓴 것으로 보임)이 되는 할머니’라고 소개한 일본 할머니가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손뜨개 장미 250송이를 보내왔다. 주위 사람들과 함께 만든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말을 한글을 아는 누군가가 받아적은 것으로 보이는 편지 250통도 같이 보내왔다.

13일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이달 초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대책위 사무실로 커다란 상자 하나가 배달됐다. 상자 안에는 손뜨개로 만든 장미 모양의 수세미 250개와 손편지 250통이 들어 있었다”고 전했다.

편지에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나라에서 사는 우리들이지만 슬픔과 행복을 같이 나누고 웃고 울 수 있는 친구가 될 수 있는 것 맞죠? 힘내세요! 저도 이른이란 나이를 잊고 그 누군가를 위해 나머지 인생 열심히 살려고 합니다. 파이팅!”이라고 쓰여 있다. 나라는 다르지만 동병상련의 정을 나누자는 애틋한 마음과 용기를 북돋아 주려는 모습을 역력히 보였다.

편지의 맨 마지막에 ‘2014年6月’, ‘히로시마의 할머니’, ‘그림 MASAMI (13살)’ 등으로 보아 지난 6월에 손자로 추정되는 어린이가 편지지에 그림을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선물과 편지를 받은 한 유가족은 “고맙고 눈물이 난다”며 잠시 허공을 바라봤다. 그는 “이틀 전 경기도 일산에 사시는 어떤 어머니도 목걸이와 휴대폰 액세서리를 직접 만들어 가지고 오셨는데, 그분의 손가락이 마디마디 상해 밴드가 감겨 있었다”며 “일본 할머니도 이 어머니와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