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 작심한 듯 쓴소리… “뮤지컬 시장은 비상시국… 문화융성위 뭐하나”

입력 2014-07-14 02:43

국내 대표 뮤지컬 제작사인 설앤컴퍼니의 설도윤(55·사진) 대표는 “현재 뮤지컬 시장은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며 “옛날에 영화인들이 삭발을 많이 했지 않았느냐. 제가 지금 그런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라이스선스 뮤지컬 ‘위키드’의 종연 시점(10월 5일) 발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였다. 지난해 11월 개막한 ‘위키드’는 8개월 넘는 동안 인기몰이를 하며 단일 뮤지컬 사상 최대인 36만명 관람, 300억원 매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설 대표는 그렇지만 뮤지컬 업계 전체를 생각하면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국뮤지컬협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세월호 참사 여파로 최근 공연계를 비롯한 서비스업계가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운을 뗀 뒤 “그러나 세월호 사태가 엔터테인먼트산업 전체를 죽게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애초에 정책이 잘못됐고 세월호 사태는 극단적 동기가 돼 ‘안 보면 그만’인 공연계가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제작사들은 지금이 비상시국이고 ‘우리가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적어도 뮤지컬이 하나의 산업으로 가고 있다면 그냥 죽게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정부가 시장경제 전체를 정책적으로 봐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문화융성위원회가 있지만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선 그런 위원회가 대책을 내놔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는 영국의 에든버러 페스티벌을 예로 들면서 “2차 세계대전 후 힘들어하는 영국 국민을 축제로 치유하기 위해 그게 만들어진 것처럼 우리도 정책적 치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연 통합 전산망 구축에 대한 의견도 개진했다. 현재 공연 예매는 서너개 대형 사이트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그는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처럼 뮤지컬 연극 등 공연시장의 정확한 통계를 내는 ‘티켓 통합 전산망’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체부가 올해 시범적으로 티켓 통합 전산망을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일부 기업의 반대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설 대표는 “공연 예매 시장의 80%를 독점하고 있는 인터파크 등을 통한 티켓 순위는 오류가 많다”면서 “독점판매권을 준 작품 위주로 나열되다 보니 실제 인기와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고 피해는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