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의 성공회대 총장들은 기독교적 교육의 핵심 과제로 ‘이웃과 더불어 살며 섬기는 삶’을 꼽았다. ‘제8차 세계성공회대학교협의회(CUAC) 총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일본 릿교대학 요시오카 토모야 총장과 미국 스와니대학 존 맥카델 총장을 지난 9일 서울 구로구 연동로 성공회대학교에서 만나 기독교대학의 교육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요시오카 총장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 청년들도 미래에 대한 희망 없이 살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본 대학생들은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어떻게든 취업을 하려고 혈안이 돼 있다”며 “사람을 돈벌이의 도구로만 여기는 사회풍조가 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럴 때일수록 하나님이 왜 세상을 지으셨고 나는 왜 여기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그래야만 30대 이후에도 방황하지 않고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요시오카 총장은 이어 “청년 시절에는 끊임없이 진리를 좇아야 한다”면서 “특히 본인이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어떤 행동을 할 때 열중할 수 있는지 경험으로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진리가 무엇인지 다른 사람이 정의를 내려줄 수는 없다”면서 “스스로 끊임없이 고민하며 무엇이 진리인지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리를 찾았다면 이후에는 반드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시오카 총장은 “기독교대학은 학생들이 진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도우미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릿교대학은 이를 위해 학생들이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가고 있다. 그는 “우리 대학은 학생들에게 농어촌 봉사활동 등을 통해 더불어 사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며 “다른 나라 학생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 학생들이 사회의 도구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맥카델 총장은 취업난 등으로 지친 대학생들에게 “희망을 포기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는 “술과 마약, 성관계 등에서 탈출구를 찾는 건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며 오히려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든다”면서 “이웃들과 소통하는 것만이 진정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섬기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면 기독교인으로서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없다는 뜻이다. 그는 “주일 교회에 출석한다고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는 게 아닌 것처럼 학생이 공부에만 몰두하는 건 반쪽에 불과하다”며 “학생 때부터 크리스천으로서 예수님의 헌신을 실천해야 한다”고 밝혔다.
맥카델 총장은 기독교대학의 사명은 학생들이 섬김을 경험할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스와니대학은 526만㎡(159만평)의 땅에서 자연을 공부할 수 있도록 하고 여기서 만든 농작물을 지역사회에 공급하며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며 “아이티 우간다 등 외부 재난지역 봉사활동에도 학생들을 참여시켜 새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취업을 위한 기술적 교육보다 환경과 소통에 대한 교육이 취업에도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각종 활동을 통해 분석적·비판적 사고와 소통 능력을 키우면 문제해결 능력이 발달한다”며 “지난해 스와니대학 졸업생 중 98%가 취업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한 데서 이 같은 교육의 효과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성공회대에서 ‘변혁을 위한 희망교육’이란 주제로 열린 CUAC 총회에서는 ‘소통’과 ‘협력’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총회에 참여한 15개국의 성공회대학 및 성공회 관계자 80여명은 대학간 교류를 더욱 확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릿교대학은 한국과 교류확대를 위해 지난 8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한국사무소 현판식을 가졌다.
이정구 성공회대 총장은 “성공회대 개교 100주년을 맞아 전 세계에 있는 성공회 대학들이 한곳에 모였다”며 “이번 총회를 기점으로 세계의 성공회 대학들과 네트워크를 넓히고 우리나라 학생들이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
美·日 성공회대 총장이 말하는 기독교 교육
입력 2014-07-14 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