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울 게 없는 사람이었다. 미국 명문 펜실베니아대와 하버드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남들은 하나 받기도 어려운 학위를 교육학 인류학 과학 신학 등 5개 분야에서 받았다. 지난해 3월, 41세라는 나이에 국제로잔복음화운동(국제로잔) 총재 겸 이사장에 선출됐다. 아시아인으로서는 처음이었다. 국제로잔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선교운동이다.
그는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횃불한민족디아스포라 세계선교대회 집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를 대단하게 보고 있지만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I’m nothing)”라며 “주님을 위해 사는 것이 가장 영향력 있는 삶”이라고 말해 참석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한국계 미국인 마이클 오(42) 일본 선교사 이야기다.
지난 11일 서울 광진구 장로회신학대에서 만난 마이클 오 총재는 “나는 다른 어떤 직함보다 선교사란 이름이 가장 자랑스럽다”며 “집 없는 거지소년이 왕자가 된 것처럼 하나님의 은혜를 입었다”고 밝혔다.
그는 2012년 11월 국제로잔 더그 버드셀 전 총재로부터 차기 총재직 제안을 받았다. 그전까지 숱한 제안을 받았었지만 뭔가 달랐다. “마치 마음에서 들려오는 소명과 같았어요. 아내와 함께 기도했는데 2주가 지나서 아내가 그러더군요. ‘당신이 자랑스럽다’고요. 하나님의 사인이라고 생각했어요.”
총재직을 수락했지만 일본을 떠나 국제로잔 본부가 있는 미국으로 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사회 인터뷰에서 말했다. “저는 미국에 가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국제로잔 본부가 이사할 것입니다.” 본부는 결국 일본의 나고야로 이전했다. 40년 간 서구에 본부를 두었던 로잔 역사에서 처음 있는 사건이었다. 이 일은 국제로잔의 젊은 리더들을 고무시켰다. 본격적인 차세대 리더십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국제로잔은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 1차 대회를 시작한 이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3차 대회까지 완료하면서 세계 선교에 기여했다. 제3차 대회에는 한국을 비롯한 198개국 4200여명의 교회 지도자가 참여했다. 마이클 오 총재는 2004년부터 국제로잔에 참여해 2007년부터 이사회 회원으로 활동했다.
오 총재는 국제로잔의 정체성에 대해 “우리는 보수나 진보 등 어떤 진영도 대표하지 않는다. 세계교회협의회(WCC)나 세계복음주의연맹(WEA)과 같은 회원을 가진 조직도 아니다”면서 “자발적이며 확신에 기초한 선교 운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로잔의 역할이 마치 박물관 큐레이터와 같다고 했다. “큐레이터는 작품을 수집해 전시회를 기획합니다. 큐레이터가 작가는 아니지만 큐레이터가 있어야 전시회가 완성되는 것처럼 국제로잔은 선교전략과 향후 과제 등을 연구하고 기획하는 게 핵심입니다.” 그는 또 슈퍼맨 원더우먼 등이 등장하는 영화 ‘저스티스 리그’에서 이들을 불러내는 박사 같은 존재가 국제로잔이라고도 했다.
실제로 1974년 1차 로잔대회에서는 미전도종족(랄프 윈터)과 총체적 선교·사회참여(새뮤얼 에스코바) 개념을 부각해 세계 교회에 소개했다.
2회 대회에서는 '10/40 창(루이스 부시)'을 소개했다. 10년 전에는 '디아스포라(이주자)' 선교도 처음으로 다뤘다.
오 총재에 따르면 '큐레이터' 국제로잔이 다루는 '작품'은 현재 36개로 매년 두 가지씩 선정해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난의 문제와 번영신학을 논의했다. 그는 오늘날 세계 선교의 가장 중요한 주제로 중국을 꼽았다. 중국교회의 영향력이 세계 선교에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그는 한국교회가 중국교회와 협력하되 조용하게, 협력적으로, 자기희생으로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인터뷰 말미에는 가족 얘기도 나왔다. 오 총재를 포함해 누나와 매형, 아내, 처남도 모두 공부를 많이 했다. 5명이 받은 학위만 15개로 그중 9개는 미국 아이비리그에서 받았다. 지금 그들은 모두 선교사가 됐다. 처남은 중동에, 누나와 매형은 에티오피아에서 활동한다. 오 총재는 2005년 일본 선교사로 파송받아 나고야에 그리스도성서신학교를 설립, 목회자를 양성하고 있으며 2008년에는 교회도 개척했다. 최근엔 그의 이야기를 담은 '나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규장)를 펴냈다. 인세는 모두 선교에 사용된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미션&피플] 국제로잔복음화운동 마이클 오 총재
입력 2014-07-14 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