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체’로 돌아온 다섯 남자가 건넨 위로

입력 2014-07-14 02:34 수정 2014-07-14 02:38
그룹 지오디가 지난 12∼13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데뷔 15주년 기념 콘서트를 개최했다. 12년 만에 함께 무대에 선 다섯 멤버는 2시간 30분 동안 1만4000명의 관객들에게 최고의 무대를 선사했다. 싸이더스HQ 제공

‘5+4+1+5=15.’

다섯은 넷이 됐고 하나가 다시 더해져 다섯이 됐다. 그 합은 15. 그룹 god(이하 지오디)가 지난 8일 발매한 정규앨범 ‘챕터 8’의 첫 번째 트랙의 제목이다.

1999년 데뷔한 지오디는 5명의 멤버로 시작했다. ‘국민 그룹’이란 호칭과 함께 잘 나가던 지오디의 상황은 2002년 멤버 윤계상이 탈퇴한 뒤 달라졌다. 남은 4명의 멤버들은 개별 활동에 주력했다. 2004년과 2005년 ‘보통날’과 ‘하늘 속으로’를 내놨지만 반향은 크지 않았다.

그리고 지오디 데뷔 15주년을 맞는 2014년 윤계상이 돌아왔고 ‘완전체’가 됐다. 12일 오후 8시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 12년 만에 5명의 멤버들이 모두 함께 섰다.

오후 8시 공연 시간이 되자 1만4000석을 가득 메운 팬들은 하늘색 풍선을 흔들며 ‘지오디’를 연호했다. 이어 ‘15년’의 시간을 주제로 과거 활동 영상과 언론 기사들이 지오디 히트곡을 배경으로 무대 전면의 LED 화면에 흘러나왔다.

어디선가 윤계상의 나직한 목소리가 나오면서 노래가 흘러 나왔다. ‘미운 오리 새끼’였다. 탈퇴 이후 지오디 팬들로부터 미운 오리 새끼가 된 윤계상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 이어 대형 LED가 좌우로 열리고 가림막까지 올라가자 기다리던 다섯 남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날 지오디는 2시간 30분 동안 앙코르곡까지 20여곡을 선사했다.

멤버들은 처음 몇 곡에선 벅찬 때문인지 눈물을 훔치기도 했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팬들의 모습을 지긋이 바라보기도 했다.

“모두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지오디 다섯 남자가 여러분 앞에 서 있습니다. 우리 인생에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기적을 만들어주신 분은 바로 여러분들입니다.”

손호영은 12년 만에 완전체로 돌아온 것을 ‘기적’이라고 말했고, 윤계상은 “너무 벅차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며 감격에 겨워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멤버들의 모습은 한결 편해보였다. 가창력과 댄스 실력은 여전했다. 관록미까지 더해져 팬들과의 교감도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앙코르 마지막 곡 ‘보통날’ 무대를 앞두고 윤계상의 편지가 그룹의 과거 영상과 함께 공개됐다. 그는 다른 멤버들과 팬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이제는 가슴에서만큼은 헤어지지 말자. 그냥 같이 살아가자”라고 고백했다.

그의 고백에 팬들도 울었고 지오디 멤버들도 울었다.

이날 공연은 완벽한 퍼포먼스 대신 국민 그룹이라는 호칭에 걸맞게 인간미 넘치는 모습으로 팬들에게 다가갔다. 외로운 이들을 위로하는 ‘미운 오리 새끼’, 보통사람의 일상을 옮긴 8집 타이틀곡 ‘우리가 사는 이야기’ 등은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곡이었다. 각박한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가 됐다.

남예지(19·여)씨는 “요즘 아이돌 음악은 기술적으로 뛰어나지만 빠르게 흘러갈 뿐 마음이 남는 것은 없다”면서 “올해 좋지 않은 소식들이 많았는데 지오디의 노래는 아픔을 어루만지는 힘이 있다”고 설명했다.

어머니와 함께 온 직장인 노명진(26·여)씨는 “힘들게 취업했다”면서 “중학생 때 엄마랑 같이 공연장을 다녔을 때의 행복함을 12년 만에 다시 느끼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13일 서울 공연을 마친 지오디는 8월 광주(2·3일)를 시작으로 부산(15·16일), 대구(23·24일), 대전(30·31일) 등 전국 투어에 나선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