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오는 17일 제66주년 제헌절을 맞아 ‘열린국회 선포식’을 갖는다고 한다. 방문객들의 의사당 앞쪽 1층 출입을 허용하고 주말에 국회 잔디마당을 개방한다는 내용이다. 1975년 여의도에 국회의사당이 건립된 이래 국회를 방문하는 일반인은 의사당 뒤쪽 문을 통해서만 출입이 허용됐다.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국회가 국민을 홀대하는 ‘비정상’이 40년이 다 돼서야 바로잡히게 됐다.
과거 국회에는 국회의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전용 시설이 많았다. 의원 전용 엘리베이터, 식당, 출입문 등이 따로 있었다. 의원들만 본회의장으로 향하는 바닥에 깔아놓은 빨간 카펫을 밟을 수 있던 때도 있었다.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특권의식에서 비롯된 구태들이다. 지금은 의원 전용 엘리베이터도 없고, 일반인이 의원식당을 이용해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는다. 국회의원과 일반 국민을 구분하는 경계들이 하나둘 없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민주주의가 그만큼 성숙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국민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려는 국회 모습은 보기에 좋다. 그동안 국회는 여러 차례 특권을 내려놓으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나름의 노력을 기울인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건 속은 그대로인데 겉모양만 바뀌는 데 있다. 제도와 시스템은 21세기에 맞게 발전과 변화를 거듭했을지 몰라도 민생보다 당을 우선하는 한국식 정치는 예나 지금이나 오십보백보다. 열린국회가 가능하려면 국회의 소프트웨어를 바꿔야 한다.
그 시작은 상생의 패러다임을 정립하는 데 있다. 정당정치를 지향하는 현대정치에서 여당과 야당은 국회를 구성하는 양축이다. 우리의 경우처럼 상대를 파트너로 여기기보다 타도 대상으로 적대시하는 한 열린국회는 불가능하다. 행정부 견제라는 국회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무조건 정부를 감싸는 여당과 정부 정책이라면 공과를 따지기에 앞서 무턱대고 반대하고 나서는 야당의 잘못된 관행부터 버려야 한다.
지난달 18일 개회된 6월 임시국회 활동기간이 나흘밖에 남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수습을 위해 처리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는데 무엇 하나 확실한 게 없다.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 관피아를 막기 위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에 대해 여야는 조속한 처리에 공감하고 있으나 위헌시비 등으로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도 해양경찰청 폐지 등에 반대하는 야당의 반발로 비슷한 운명에 처해 있다. 대통령과 여야 원내지도부의 회동에도 불구하고 정치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국회가 이번에도 세월호 참사 수습을 위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다면 정부의 무능을 탓할 자격이 없다. 더 많은 국회 시설을 국민에게 개방한다고 해서 저절로 열린국회가 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바라는 바를 먼저 헤아리는 소통의 정치, 상생의 정치를 펼 때 비로소 국회를 향해 닫혀 있는 국민의 마음을 열 수 있다.
[사설] ‘열린국회’도 좋지만 ‘일하는 국회’ 절실하다
입력 2014-07-14 02:31 수정 2014-07-14 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