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피살된 재력가 장부, 의혹없이 수사해야

입력 2014-07-14 02:05 수정 2014-07-14 02:38
현직 검사가 김형식(44) 서울시 의원이 연루된 살인교사 사건의 피해자 송모(67)씨로부터 최소한 200만원을 받은 정황이 포착됐다. 사정 당국에 따르면 피살된 송씨가 작성한 ‘매일기록부’에 수도권 지검 소속 A부부장검사를 비롯해 경찰과 지역 정치인, 구청·세무공무원 등 10여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고 한다. 매일기록부에는 A검사 이름과 함께 200만원의 금액이 적힌 것으로 확인됐다. A검사는 “2005년 지인의 소개로 송씨를 알게 돼 한두 번 식사를 했고, 몇 차례 통화는 했지만 돈을 받은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A검사의 금품 수수가 사실이라면 사건은 정관계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송씨가 200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쓴 이 장부는 일종의 금전출납부로 돈을 준 사람 이름과 날짜·액수가 상세히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수사의 핵심인 청부살인 사건을 먼저 일단락지은 뒤 A검사 사건을 확인해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산 형성 과정에서 수차례 민·형사 소송에 엮였던 송씨가 재판 과정에서 편의를 봐달라며 지역 유력 인사들에게 ‘뒷돈’을 건넸을 가능성이 충분히 의심된다.

3000억원대 재산가인 송씨는 8촌 인척 이모씨의 부동산을 관리하던 2002년 이 땅을 매매가의 50분의 1 수준인 20억원에 사들였다. 송씨는 ‘사기를 당했다’는 이씨의 고발로 법정 구속되기도 했다. 형사소송 외에도 건물명도, 소유권 이전등기 등 부동산 임대업 과정에서 송씨가 엮인 민사소송은 10여건에 이르고, 그중 4건은 대법원에까지 올라갔다.

송씨 피살 사건도 본질은 부동산 임대사업자나 지역 건설업자가 공무원과 지방의회 의원들을 매수해 민원을 해결하는 토착 비리에서 비롯됐다. 검찰은 김형식 서울시 의원이 송씨로부터 5억2000만원을 받고 송씨가 소유한 땅의 용도변경을 시도하다 무산되자 폭로 협박을 받고 친구에게 송씨 살해를 청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정 당국은 김 의원에 대한 살인교사 혐의를 입증하는 것 못지않게 지역 건설업자와 정관계의 유착 관행에 대해서도 철저한 보강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