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과연 ‘총알 탄 사나이’였다. 브라질 수비를 뻥 뚫었다. 네덜란드 공격수 아르연 로번(30)의 플레이는 마지막까지 소름이 끼치도록 아름다웠다.
로번은 13일(한국시간) 브라질과의 브라질월드컵 3·4위전에서 골을 터뜨리진 못했지만 네덜란드가 넣은 3골에 모두 관여하며 3대 0 완승을 이끌었다. 전반 3분 그는 로빈 판 페르시의 패스를 받아 브라질 골문으로 내달리다 브라질 수비수 티아구 실바에게 어깨를 잡혀 쓰러졌다. 주심이 휘슬을 불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판 페르시는 결승골을 꽂아 넣었다.
전반 17분 터진 네덜란드의 두 번째 골도 로번의 발끝에서 나왔다. 로번이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던 요나탄 더휘즈만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연결했고, 더휘즈만이 올린 크로스를 달레이 블린트가 골로 연결시켰다. 후반 추가시간 로번은 다릴 얀마트가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자 패스를 찔러 줬고, 얀마트의 크로스는 헤오르히니오 베이날덤의 득점으로 이어졌다.
로번은 투혼과 성실함으로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 잡았다. 체력 관리만 잘하면 2018 러시아월드컵에도 출장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가 브라질월드컵 7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3골, 1도움이다. 이 성적만 놓고 보면 그가 왜 이번 월드컵 골든볼 후보에 이름을 올렸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2006 독일월드컵, 2010 남아공월드컵을 경험한 그는 어린 선수들과 함께 이번 월드컵에서 네덜란드의 무패(5승2무)를 이끄는 등 구심점 역할을 했다.
3·4위전 ‘맨오브더매치(MOM)’에 선정된 로번은 “이번 월드컵을 뛴 것은 굉장한 영광이었다”며 “더 큰 영광을 위해 내 몸이 허락하는 한 대표팀 경력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브라질은 마지막 경기에서도 체면을 구겼다. 브라질은 자국에서 열린 이번 월드컵에서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의 허술한 전술과 무딘 공격, 핵심 공격수 네이마르의 부상 등으로 몰락했다.
특히 마지막 2경기에서는 1골밖에 뽑아내지 못한 채 10골이나 헌납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총알 탄 사나이’ 로번 또 빛났다
입력 2014-07-14 02:27 수정 2014-07-14 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