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10일 중국 베이징에서 끝난 제6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도 양국이 현안에서 이견만 확인함에 따라 미국 정부 내에서 ‘대중(對中) 좌절감’이 깊어지고 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12일(현지시간) “요즘 백악관과 국무부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중국이 국제규범(International norm)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질서의 기반이 된 여러 가치를 존중할 의지가 있는지에 의구심을 표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망을 넘어 좌절감을 느끼는 정도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도 “지난 5월 중국이 베트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석유시추에 들어간 남사군도의 섬은 국제법상 엄연히 분쟁수역인데, 중국군 총참모장이 워싱턴까지 와서 자기네 영토라고 강변했다”며 “당시 미 정부 당국자들이 크게 당혹했다”고 말했다. 그는 “무력 대신 국제법과 규범을 따르는 게 전후 국제질서의 기본인데 미국은 중국이 이를 거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 정부는 중국 측이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는 ‘미국의 중국봉쇄론’에 대해서도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여러 고위 관리들이 ‘미국은 중국을 봉쇄할 의도가 전혀 없다’고 간곡하게 설명했음에도 중국인들은 이것을 기정사실화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은 말과 행동이 다른 것을 싫어한다”면서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소련봉쇄 및 붕괴전략을 세웠을 때 비밀로 하지 않고 공표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양국 간 이견이 커지면서 미 정부는 물론 학계와 싱크탱크에서도 대(對)중국정책 방향을 놓고 논의가 불붙을 조짐이다. 올 초 영국 옥스퍼드대출판부가 발간한 ‘중국을 논하다’(Debating China)’가 미국의 중국전문가 사이에서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책은 인권과 중국의 미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중국봉쇄론 등 현안 10가지에 대해 미국과 중국의 저명한 전문가가 각자의 시각과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평행선을 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향후 양국의 협력이 얼마나 어려울 것인지를 예고한다는 평가다.
밍신 페이 클레어몬트매케나대 정치학과 교수는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즈’에 지난 30년간 대중정책의 토대가 된 자유주의(Liberalism)와 현실주의(Realism) 가운데 현실주의에 갈수록 무게가 쏠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실주의는 중국이 기존 세계질서를 위협하지 않도록 동맹과 군사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자유주의는 개방과 무역·투자를 통해 세계시장과의 접촉이 증가하면 중국이 국제적인 가치와 법질서를 수용될 것이라는 믿음이다. 페이 교수는 중국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면서 관여(Engagement)와 군사적 견제 및 동맹 강화를 틀로 하는 균형화(Balancing)를 모두 사용하는 ‘전략적 헤징’(Hedging·가격변동으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한 금융거래 행위)에 미국이 더욱 매달릴 것으로 예상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기획] “국제규범 외면하는 중국”… 美, 실망 넘어 좌절감
입력 2014-07-14 02:23 수정 2014-07-14 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