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준 한국가이드스타 사무총장 “한국교회 신뢰 회복 위해 재정보고서 공개해야”

입력 2014-07-14 02:42
박두준 한국가이드스타 사무국장이 지난 4월 한국교회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재정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민일보DB
“한국교회가 사회를 선도하고 계몽하는 본연의 역할을 다하려면 미국처럼 자발적으로 재정보고서를 공개하는 등 투명성을 제고해야 합니다.”

비영리기구(NPO)의 재정 공개와 기부문화 선진화 운동을 펼치는 박두준(53) 한국가이드스타 사무총장은 재정투명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박 사무총장은 지난 10일 발행한 한국가이드스타 기관지 ‘NPO가이드스타’에 한국교회의 폐단들을 열거하며 해법을 촉구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횡령, 비리, 세습, 종교시설 매매 등으로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며 “종교 기능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대중의 불신을 사고 있는 재산 사유화, 세습 등 회계 및 세금 문제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사무총장은 한국교회가 참고할 만한 미국의 종교단체와 기부금 현황 등을 설명했다. 그는 “매년 미국의 기부금 현황을 공개하는 ‘기빙유에스에이’에 따르면 2012년 미국 총 기부금의 32%는 종교단체에 제공됐다”며 “이는 다른 NPO들과 비교했을 때 현격히 높은 비율”이라고 소개했다.

이처럼 많은 후원금을 운용하지만 종교단체들은 타 NPO와 달리 미 국세청(IRS)에 면세단체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세금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종교단체는 자발적으로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IRS에 면세단체 신고서를 제출하고 재정보고서를 공개한다. 보고서엔 목사 등 사역자의 급여도 포함돼 있다.

박 사무총장은 미국의 종교단체가 법적으로 공개의무가 없음에도 재정을 공개하는 것은 ‘대중의 신뢰’와 ‘신도들의 압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중은 재무서류 등을 보며 각 단체의 신뢰 여부를 판단하고, 신도들은 재정이 공개되지 않으면 기부금을 내지 않겠다고 하기 때문에 종교단체들은 IRS에 재정보고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2003년 면세단체 신고서를 제출한 종교단체의 수가 10만여개였지만 2009년에는 35만여개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박 사무총장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말씀처럼 한국교회도 먼저 신뢰를 줄 때 대중과 성도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중의 신뢰를 얻으려는 미국 종교단체의 자발적 노력이 재정투명성 확보에 크게 기여했다”면서 “한국교회도 자발적으로 정보공개의 양과 질을 높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이드스타는 국세청에 신고된 NPO의 회계 정보를 공개하는 민간 공익법인으로 미국에 본부를 두고 있다. 한국가이드스타는 2008년 선진국형 기부문화 확산과 건전한 기부문화 성장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됐으며 송자 전 연세대 총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