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우선덕] 그 사람은 어디에

입력 2014-07-14 02:05 수정 2014-07-14 02:38

차일피일하다가 놓친 마늘을 인터넷 판매로 보니 아직 언제든지 살 수 있겠다. 그래도 지금 사서 정리, 저장해두어야 가격도 그렇고 김장양념 한 가지는 준비되는 거니까 뭐. 입금하고 열두 시간도 안 돼 마늘이 왔다. 편리한 세상이다.

지난날에는 외할머니와 어머니가 마늘을 까고 찧어 쓰기 편하게 바둑판 모양으로 얼려 서로 번갈아 보내주셨다. 마늘바둑판은 양에 비해 자리도 적게 차지한다. 고추장 된장 고춧가루 들깨 흰깨 검은깨도 사본 적 없이 의당 그렇게 오는 것이려니 하였다. 똑같이 도회지 생활을 하는 처지인데 당연지사로 받았으니 참으로 철이 없었다. 10여년 직접 마늘을 사고 까고 저장하면서야 과거 두 어른의 수고와 정성에 뒤늦게 감동한다.

지금은 두 분이 보내주던 마늘바둑판 대신 껍질 깐 마늘을 탱글탱글한 그대로 냉동 칸에 두고 필요한 만큼 꺼내 쓴다. 분량 조절이 수월하고 어느 면으로는 더 깔끔하여 그리하는데 마늘바둑판보다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게 흠이다. 득달같이 배달된 마늘을 까며 머릿속이 분주하기도 하고 꽉 막히기도 한다. 이미 가득한 냉동 칸의 교통정리 때문이다.

요즘은 웬만한 집이면 냉장고를 두 대 이상은 쓴다. 부엌이 유난히 좁다란 우리 집도 김치냉장고에 일반 냉장고 둘, 도합 셋이건만 노상 쩔쩔맨다. 대단히 잘 차려 먹는 집이 아닌데 냉장고 용량이 모자라 늘 난감하다. 변명거리는 있다. 장독대가 없는 데다 싱겁게 먹는 추세라서 고추장 된장부터 냉장고 신세를 져야 한다. 그런 식으로 음식 원자재를 죄 넣으니 냉장고가 몇 대라도 사실 모자랄 판이다. 중형 냉장고 한 대로 오래 버틴 적이 있는데 대체 그때는 어떻게 살았는지. 그때는 그때대로 잘 살았다는 증거 글을 묵은 잡지에서 발견했다. ‘고 작은 것들의 그 큰 편리함’이라는 제목으로 특히 작은 냉장고를 한껏 예찬하더라.

‘냉장고를 바꾸지 않으면 당연히 목돈도 들지 않는다. 냉장고 안이 좁으니 요모조모 놓일 곳을 생각해 냉장고 살림을 할 수밖에 없다. 자꾸 줄여가며 쓰는 지혜가 저절로 생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늘어난 살림을 줄여 살기는 어렵다더니 과연 그런가. 좁은 냉장고 안에 요모조모 놓일 곳을 생각하며 건전하고 재미있게 살림하던 그 알뜰살뜰한 사람은 어디로 갔는지 어디에 있는지. 정말 나이기는 했는지 누구였는지.

우선덕(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