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호조약 53주년 ‘무관심’

입력 2014-07-12 02:38
북·중 우호조약 체결 53주년을 맞은 11일 북한과 중국 사이엔 냉랭한 분위기가 흘렀다. 1961년 7월 11일 당시 북한 김일성 주석은 중국 베이징에서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와 상대 국가가 군사적 공격을 받으면 전쟁에 자동 개입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조중우호협력원조조약’을 체결했다. 북한은 이후 조약 체결일마다 양국의 친선 관계를 부각시켰지만 올해는 관련 기사가 사라졌다. 중국 쪽도 관심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7월 11일 ‘반제 자주와 민족적 번영을 위한 길에서’라는 논설을 통해 북중우호조약 52주년을 맞아 “형제적인 중국 인민에게 따뜻한 인사를 보낸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는 2면에 최근 김 주석의 20주기를 맞아 방북한 중국의 항일열사 장울화의 아들이 김 주석을 찬양한 글을 게재하면서 북·중 관계를 살짝 언급했을 뿐이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체제가 2012년 들어서고 나서 노동신문이 북·중우호조약 기념일에 관련 논설을 게재하지 않기는 올해가 처음이다.

중국에서도 북·중우호조약 관련 기사가 한 건도 검색되지 않았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를 비롯해 대외문제를 주로 다루는 환구시보 등 주요 관영매체에서는 조약 관련 기사뿐 아니라 북한 소식 자체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해 기념일에는 반관영 매체 중국신문망이 ‘북·중우호를 굳건히 하자’는 내용을 담은 북한잡지의 글을 소개한 바 있다. 이번 기념일을 전후로 양국 고위급 인사 교류도 감지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올해 북·중우호조약 기념일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은 중국 정부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이미 북한과의 관계를 과거 ‘혈맹’에서 ‘정상국가 관계’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홍콩 언론인 관칭닝은 홍콩명보 기고문에서 “중국과 북한 간의 ‘특수관계’가 끝을 향해 가고 있으며 중국이 북한에 대한 부담을 벗고 더욱 유연한 동북아 전략을 구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