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休∼ 읽고… 보고… 듣고] 각계 전문가 휴가 추천작 5選 - MOVIE

입력 2014-07-12 02:19

쉴 휴(休), 겨를 가(暇). 쉬면서 느긋함을 즐길 당신의 소중한 휴가가 다가오고 있다. 태양을 가리기 위한 선글라스와 챙이 넓은 모자, 화려한 수영복과 함께 올해는 조금 색다른 준비물을 함께 챙겨보는 게 어떨까.

별이 촘촘히 박힌 여름밤에 어울리는 음반 한 장,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서 펼쳐 볼 책 한 권, 정체된 고속도로에서의 지루함을 이기게 해 줄 영화 한 편.

평소 듣고, 읽고, 즐겼던 작품일지라도 이 음악과 책, 그리고 영화가 당신의 쉼 가운데 함께할 때 또 다른 충전이 이뤄질 것이다. 색다른 풍경과 공기 속 그 시간은 당신이 평생 기억하게 될 인생의 한 장면이 될 지도 모른다. 각계 전문가들에게 올 휴가 추천작을 꼽아달라고 의뢰했다. 당신의 휴가를 더 풍성하게 할 작품들을 만나보자.

인생은 아름다워(1997)/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주연

유태인 수용소에 끌려가면서도 아들 조슈아에게 "우리가 처한 현실이 실은 하나의 신나는 놀이이자 게임"이라고 속삭이며 웃음을 보여주었던 장면이 인상 깊다. 또한 중간 중간 보여주는 코믹연기는 깊게 들여다보면 그 뜻이 너무나 진지하고 커서 이 작품을 감상했을 당시 묘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휴일, 가족들과 함께 웃음과 훈훈한 감동을 느끼기에 더할 나위 없는 영화. 이범수(배우)

그랑블루(1988)/뤽 베송 감독

눈부신 바다를 닮은 두 남자의 뜨거운 경쟁과 우정을 다룬 영화. 그리스 작은 마을, 바다를 품에 안고 심해에 도전하는 두 잠수부는 유일한 안식처인 돌고래와 함께 성장해간다. 당장 한 마리의 돌고래가 되고 싶은 욕망을 느끼게 하는 영화. 나는 뤽 베송의 필모 안에서도, 어떤 해양 영화에서도 다시는 이런 충만감을 맛보지 못했다.심영섭(영화평론가)

아티스트(2011)/미셀 하자나비시우스 감독

출연작마다 흥행을 이어가던 할리우드 최고 스타 조지. 무성영화 배우였던 그는 유성영화의 등장으로 졸지에 설 자리를 잃게 된다. 흑백 무성영화이지만 세련된 연출로 쉽게 이야기에 몰입되어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작품. 영화 특유의 고풍스럽지만 이질적인 단순미는 휴양지에서의 여유로운 휴식과 어울릴 것 같다. 김인권(배우)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1999)/김태용·민규동 감독

올 휴가는 즐겁지만은 않을 것 같다. (세월호 참사의 기억이 오롯한데) 바닷물 속에서, 강물에서 재미있을 수 있겠는가. '여고괴담' 전편도 아이들을 추억하지만 두 번째 이야기가 우리 아이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데 더 근접한다. 장르는 공포영화지만 아름다운 서정시 같은 영화. 아이들의 복음서!이춘연(씨네2000 대표)

여정(1955)/데이비드 린 감독

한 중년 여성이 혼자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여행하며 짧은 사랑과 짧은 이별을 맞는다. 주연배우 캐서린 헵번과 베니스가 무척 아름다워서 영화 보는 내내 마치 내가 여행 하는 듯 설레었다. 누구나 여행을 계획하거나 낯선 곳에 가게 되면 그곳에서 어떤 인연들을 만날까 하는 기대가 생기는데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이은원(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