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히 벡 뮌헨대 교수 “글로벌 문제 해결에 도시역할 중요… 서울 나서야”

입력 2014-07-12 02:41
울리히 벡 독일 뮌헨대 교수가 11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메가시티 싱크탱크 협의체’ 창립 포럼에서 ‘왜 초국적 협력이 필요한가’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동희 기자

“21세기 등장한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가 간 협력이 중요한데 국가는 오히려 문제의 원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글로벌 도시들이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설 수 있는데 서울이 아시아 도시들 간 연합을 주도하는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쥐기를 기대합니다.”

세계적인 석학 울리히 벡 뮌헨대 교수가 11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메가시티 싱크탱크 협의체(메타·MeTTA) 창립 포럼에서 기조연설,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대담 등을 통해 아시아 도시들 간 연합체 창설에 대한 서울의 적극적인 역할을 제안했다.

메타는 글로벌 거대 도시들인 메가시티의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부·민간 싱크탱크의 연구협의체다. 서울,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싱가포르, 베트남 호찌민 등 5개 도시와 3개 국제기구가 가입해 있다.

벡 교수는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한 나라 입장에서 글로벌 리스크(위험)를 바라보면 해답을 찾을 수 없다”며 서울 같은 세계적인 도시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1세기는 여러 위험에 직면한 사회여서 민족 국가가 단독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정부, 종교 주체들, 사회적 운동가, 기업인들, 전문가 등 싱크탱크들이 협력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 국가들이 당면하고 있는 공통 문제는 이미 다 나왔지만 국가가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기는 어렵다면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도시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도시는 일상적으로 범세계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어 그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며 “국가도시연합을 구상하고 그 첫발을 내딛는 데 서울이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벡 교수는 한국사회에 대해 “유럽 국가들은 150년에 걸쳐 근대화를 이뤘지만 한국은 50년 만에 압축 달성해 다양한 위험에 노출돼 있을 것”이라며 “정부에 대한 불신과 조직화된 무책임이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가 신뢰를 잃게 되면 제도와 국가기관의 정치적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생겨 위험이 배가된다”며 “구체적인 위험에 대한 빠른 답이 나오더라도 정치적 시스템이 신뢰를 잃으면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벡 교수는 박 시장과의 대담에서 글로벌 문제 해결을 위한 도시 간 연대를 주제로 의견을 교환했다. 박 시장은 “지난 3년 재임 중 시민사회나 풀뿌리 단체들, 자기 이해를 대변받지 못했던 사람들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와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벡 교수는 합동 기자회견에서도 도시 간 연대의 중요성과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과거사에 따른 갈등으로 협력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유럽연합도 인종청소가 일어난 2차 세계대전을 딛고 성사됐다”며 “도시가 중심이 돼 새로운 잠재력을 끌어낸다면 얼마든지 아시아 도시 간 연대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도시 간 연대를 서울이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벡 교수는 독일의 사회학자로 1986년 ‘위험사회’란 저서를 통해 서구를 중심으로 추구해온 산업화와 근대화 과정이 실제로는 가공스러운 ‘위험사회’를 낳는다고 주장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