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 체육회담 수용… 남북관계 개선 물꼬 트지만 北 ‘다 받아주기’ 없다

입력 2014-07-12 02:35 수정 2014-07-12 14:58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인천 서구 봉수대로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2014 아시안게임 및 장애인 아시안게임 준비상황을 보고받기 전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유정복 신임 인천시장(왼쪽 두 번째)도 보인다. 인천=이동희 기자

정부가 9월 인천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단 및 응원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남북 체육실무회담을 개최하자는 북한의 제의를 수용하기로 했다. 정부 당국자는 11일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가 오후 판문점 연락사무소를 통해 17일 판문점 우리 측 '평화의 집'에서 실무접촉을 갖자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전날 북한이 15일 회담을 열자는 제안에 대한 '수정 제안'이다. 실무협의 준비 일정을 감안해 이틀 뒤로 제안했다는 설명이다.

이로써 2008년 2월 베이징올림픽 공동 응원단 문제 협의 이후 6년5개월 만에 남북 간 체육 실무회담이 열리게 됐다. 특히 국내 개최 국제경기대회에서 북한 참가로 체육실무회담이 열리는 것은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이후 11년 만이다.

우리 측에선 권경상 인천아시안게임 사무총장을, 북측에서는 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들 가운데 한 명을 수석대표로 내세워 각 3명이 회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선수단과 응원단을 합쳐 많게는 500∼600명이 오는 대규모 인적 교류인 만큼 논의할 게 적지 않아 회담은 두세 차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의제로는 응원단 규모와 그에 따른 이동경로, 숙소, 체류비용 지원 등이 거론된다. 아울러 대회 개·폐막식 때 선수단 공동입장, 공동응원, 백두산 성화 채화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팀의 참가와 응원단 파견은 경색된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데 기여할 수도 있어 관심을 모은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발표한 '드레스덴 선언'에도 남북 스포츠 교류 추진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북한의 요구사항을 무작정 수용할 수 없는 정부의 고민도 감지된다. 회담에서 남북이 적지 않은 이견을 노출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회담에서 쟁점이 된 것은 선수단 공동입장, 응원단 이동경로와 비용 지원 및 공동응원, 성화 채화 등이었다. 당시에는 북한 요구사항을 정부가 거의 수용하는 쪽으로 마무리됐다.

정부는 현 시점의 남북 간 신뢰구축 수준에서 남북 단일팀, 공동입장, 공동응원, 단일기 사용 등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이다. 응원단 체류비용 지원에도 과거와 달리 부정적이다. 성화 채화도 인천대회조직위 차원에서 추진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경로 정도만 전례대로 선수단은 전세기로, 응원단은 배편으로 오는 데 합의를 볼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2002, 2003년에는 스포츠 교류를 남북관계 개선의 고리로 활용하기 위해 우리가 북한에 매달린 측면이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북한이 화전(和戰) 양면 전술을 써가며 관계개선에 대한 근본적 태도 변화가 없는 상황이어서 체육경기는 국제관례를 준수하며 추진할 방침"이라고 했다. 정부는 북한 지원 문제를 놓고 보수·진보 진영이 부딪히는 '남남 갈등'에 대한 우려도 하고 있다.

하지만 오랜만에 남북화해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는 만큼 응원단 체류비용 지원 등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