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중국 정부 산하 최대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을 이례적으로 칭찬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마르크스주의를 고양시키고 인민을 위한 학문을 하고 있다’는 이유다. 불과 1개월 전 인민일보는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 사회과학원 담당 장잉웨이 조장이 ‘사회과학원에 경외(국외) 세력이 침투해 있다’는 비판을 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얼핏 보면 완전히 상반된 평가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회과학원에 대한 이념 통제 성공을 자축하는 측면이 강하다.
인민일보는 10일 “사회과학원이 강력한 실력과 최고 수준의 연구진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견고한 정치적 입장과 인민을 위해 학문에 정진하는 태도까지 갖췄다”고 보도했다. 사회과학원이 ‘마르크스주의 학원’을 설립한 사실을 특별히 언급하며 사회과학원은 “마르크스주의를 견고하게 다지는 강건한 진지”라는 찬사를 보냈다. 마르크스주의 학원은 지난 2월 설립돼 현재 100명의 학생이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인민일보는 그러면서 사회과학원 고위 관리들을 인용, 사회과학원 학자들의 성과를 평가하는 데 마르크스주의 이념을 고수하는지가 가장 우선적인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학자들이 앞으로 공산당 이념을 충실히 따라야 고과를 잘 받을 수 있다는 경고나 다름없다. 자오성쉬안 사회과학원 부원장은 “정치 규율을 위반한 사람들은 예외 없이 면직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BBC중문망에 따르면 앞서 장잉웨이는 사회과학원 근대사 연구 강연에서 사회과학원 학자의 의식 형태에 대한 문제점을 4가지로 요약한 적이 있다. ①학술이라는 이름의 위장복을 입고 연막을 치고 있다. ②인터넷을 이용해 국경을 초월한 궤변을 꾸며내고 있다. ③매번 민감한 시기에 불법 결탁 행위를 진행하고 있다. ④일대일 방식으로 국외 세력의 침투를 받아들이고 있다.
분석가들은 공산당이 학자들의 이념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공산주의 지배 체제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때문으로 보고 있다. 장밍 인민대 교수는 1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학자들에 대한 이념통제 강화는 중국 공산주의 통치가 위협받고 있다는 최고 지도부의 두려움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민일보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마르크스주의가 서방 세계의 ‘헌정민주주의’ ‘보편적 가치’ ‘공민(公民) 사회’ ‘신자유주의’ 등 ‘잘못된’ 사상에 반대할 수 있는 무기라고 강조하고 있다.
사회과학원의 최근 행보에 대해 반체제 지식인들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한 반체제 인사는 자신의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 “사회과학원이 아닌 돼지우리다. 극좌파 마피아들이 또다시 80년대식의 범죄 게임을 하고 있다”고 썼다.
최근 중국에서는 언론 통제도 강화되고 있다. 중국의 언론담당 기구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은 지난달 30일 각 언론사에 보낸 통지문에서 중국 기자들이 외국 매체의 특파원이나 통신원, 프리랜서 기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할 수 없으며 이를 어기면 사법 처벌을 받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직무행위로 얻은 정보를 모바일 등에 공개해선 안 된다고 규정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인민일보 “사회과학원 이념 강화” 칭찬
입력 2014-07-12 0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