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권하는 CEO, 책 읽는 직장-한국폴리텍 대학] 手不釋卷하는 ‘책 읽는 기술인’ 요람으로

입력 2014-07-14 02:36
한국폴리텍대학 박종구 이사장(가운데)과 위원들이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백범로 폴리텍대학에서 도서추천위원회를 열고 전국 8개 대학 34개 캠퍼스에 추천할 교양도서를 선정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대한민국 직업훈련의 요람인 한국폴리텍대학에 한여름 더위보다 뜨거운 독서 열풍이 불고 있다.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기술인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기술은 사람을 이롭게 하기 위해 출발했다. 진정 사람을 위한 기술과 직업은 무엇인지 독서를 통해 모색하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백범로 한국폴리텍대학 본부에선 박종구 이사장이 참석한 도서추천위원회가 열렸다. 이 위원회는 폴리텍 산하 전국 8개 대학의 캠퍼스 34곳에 추천할 우수 인문·교양 도서를 추천하기 위해 분기마다 열린다. 지난해엔 1234권을 추천했고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406권을 추천했다.

박 이사장은 독서광이다. 집무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에는 다양한 장르의 책이 꽂혀 있다. 책상 옆 작은 서류함엔 사회현상을 주제별로 정리한 외국 신문의 기사 스크랩이 가득하다. 수불석권(手不釋卷·손에서 책을 놓지 않음)은 그를 가리키는 적확한 사자성어다. 박 이사장의 추천도서는 문학, 인문, 역사·문화, 경제·경영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2011년 그가 부임한 이후 폴리텍대학에는 독서 열풍이 몰아쳤다.

폴리텍대학 남원연수원에선 일책일행(一冊一行)이라는 교원 대상의 독서 동아리가 꾸려졌다. 함께 선정한 도서를 같이 읽고 토론한다. 책을 읽어도 많은 내용 중 하나라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할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 책 내용 중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평생 실천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교직원과 학생들의 연수를 담당하고 있는 교원들이 책 속에서 두 가지 이상 강의 콘텐츠를 발굴하자는 실용적 접근도 포함됐다.

반면 학생들은 빼곡한 강의와 취업 준비에 몰두하다 보면 인문학 도서까지 읽을 짬이 나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그러나 폴리텍대학 각 캠퍼스에는 ‘책 읽는 기술인’을 향한 문이 활짝 열려 있다.

충남 논산 바이오캠퍼스는 지난해 4월 소설가 박범신씨를 초청해 특강을 열었다.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인문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다는 취지였다.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 오는 9월 ‘자연과 함께 걷는 박범신 특강’을 다시 열기로 했다.

아산 캠퍼스에서는 감성리더십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인문·교양 과목 9학점 이상 이수에 교양 특강 5회 이상 참석, 봉사활동 40시간 이상, 독서발표 및 토론 참여 5회 이상을 모두 달성하면 취업 추천 시 우선권이 부여된다. 감성리더십 인증제 독서발표회는 아산시교향악단 소속 실내 5중주단을 초청해 독서토론과 음악회가 곁들여진 북콘서트 형식으로 꾸며졌다. 대구 캠퍼스에선 2012년부터 ‘한 학기, 한 학생, 한 책 읽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2학기에는 재학생 1150명에 도서관 대출 건수가 1333권을 기록해 116%의 참여율을 달성했다.

도서관은 폴리텍대학의 또 다른 자랑이다. 대한민국학술원(7090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600권) 성남시립도서관(7000권) 등으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기증받아 방대한 서가를 구축했다. 그중 순천 캠퍼스의 도서관 활성화는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대부분 전공 분야인 2400권의 책으로 운영됐던 순천 캠퍼스 도서관은 2012년 도서 대출이 50권에 그칠 정도로 미미했다. 대출 프로그램도 수기로 관리될 정도로 낙후됐었다. 그러나 사회단체에서 전문사서를 파견받고 야간까지 개방 시간을 늘렸다. 취업도서, 신간도서, 희망도서 코너를 운영해 최대한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려 노력했다. 전문사서는 학과별로 돌아가며 찾아가는 독서 특강을 열었다. 순천지역 50여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순천시립도서관 회원증을 발급하고 학생 대상으로 독서 명언 및 감동 문구를 매달 두 차례 문자메시지로 보냈다. 그 결과 지난해 도서 대출은 1072건으로 급증했다. 재학생 1인당 월평균 1.48권의 독서량을 기록했다.

순천 캠퍼스의 도서관 활성화 프로그램 성공에 고무된 폴리텍대학은 올해 전국 34개 캠퍼스에 이 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하고 있다. 다양한 신착 도서를 전자책으로 접할 수 있는 전자도서관 시스템도 갖춰져 학생들의 독서를 돕고 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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