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1986년을 꿈꾸고 독일, 1990년을 생각한다

입력 2014-07-12 02:51
‘동상이몽(同床異夢).’

2014 브라질월드컵 결승전을 앞둔 독일과 아르헨티나는 역대 월드컵 결승에서 두 번 만났다. 1986 멕시코월드컵에선 축구 신동 디에고 마라도나를 앞세운 아르헨티나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1990 이탈리아월드컵에선 독일이 아르헨티나를 무너뜨리고 마라도나를 울렸다.

양 팀은 이번 결승전에서 좋은 기억만 떠올리고 싶어 한다.

독일은 이탈리아월드컵에서 전차군단의 지휘자 로타르 마테우스를 필두로 위르겐 클린스만, 안드레아스 브레메가 10골을 합작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이번에는 천재 미드필더 메수트 외질과 골잡이 미로슬라프 클로제, 토마스 뮐러가 8골을 몰아넣으며 결승까지 올라갔다.

아르헨티나도 마찬가지다. 아르헨티나는 멕시코월드컵에서 마라도나의 원맨쇼로 우승컵까지 거머쥐었다. 브라질월드컵에선 ‘마라도나의 재림’ 리오넬 메시가 경기를 지배하고 있다.

양 팀은 월드컵 징크스에 대해서도 동상이몽을 꿈꾸고 있다. 독일은 징크스가 깨지기를, 아르헨티나는 유지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독일의 발목을 잡는 징크스는 두 가지다. 하나는 개최 대륙 징크스고, 다른 하나는 펠레의 저주다. 실제 아메리카 대륙에서 열린 7번의 월드컵에선 모두 남미팀이 정상에 올랐다. 또 펠레가 꼽은 우승후보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펠레는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스페인 브라질 독일이 우승후보라고 말했다. 명불허전답게 이미 스페인과 브라질은 짐을 싼 상태다.

독일은 두 징크스를 깰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준결승전에서 브라질을 7대 1로 대파한 데다 무릎 부상으로 결승전 출전이 불투명했던 수비의 핵 마츠 후멜스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기분 좋은 징크스가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핵심 미드필더인 앙헬 디 마리아가 부상에서 회복해 팀 훈련에 합류한다. 불의의 부상으로 우승의 꿈을 접은 브라질의 네이마르도 아르헨티나를 응원하고 있다. 네이마르는 “친구이자 팀 동료인 메시의 선전을 기원하고 그를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