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모금 힘입어 ‘정신장애인 꿈’ 화폭에…

입력 2014-07-12 02:36
서울 서대문구의 사회복지시설 ‘서대문해벗누리’에서 9일 재능기부자와 정신장애인들이 나뭇가지에 물감을 덧입히고(왼쪽), 꽃 그림에 색칠을 하며 전시회에 내놓을 미술작품을 만들고 있다. 이들의 작품은 9월 서울시청에 전시된다. 서대문해벗누리 제공

지난 9일 서울 서대문구의 정신보건 사회복지시설 ‘서대문해벗누리’ 교육실. 서울·경기 지역 6개 사회복지시설의 정신장애인들이 9월에 열릴 미술전시회 준비에 한창이었다. 회화에서부터 염색작업을 활용한 섬유미술, 설치미술 등 다양한 작품을 준비하느라 지난달부터 매주 두 차례 이곳에 모여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정신장애인은 우울증 강박증 조현병(정신분열) 등 정신질환을 갖고 있어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들을 뜻한다.

이날은 모양과 크기가 다른 나뭇가지를 한데 모아 하나의 조형물을 만드는 ‘따로 또 같이’ 설치미술 작업이 진행됐다. 장애인들은 각자 조그만 나뭇가지나 나뭇잎을 잡고 색을 덧입히거나 수정하는 데 열중했다. 서윤정 한윤정 김성실 강효명 등 설치미술·회화·섬유미술 분야의 현직 작가들이 재능기부 방식으로 이들을 도왔다.

이들의 작품은 9월 24∼28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꿈꾸는 자(者), 유(You)’라는 주제로 열리는 ‘제16회 햇빛투게더’에 전시된다. ‘햇빛투게더’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과 권익 증진을 목적으로 진행되는 문화예술 행사다.

1998년부터 매년 행사를 준비해 온 사회복지법인 서대문해벗누리는 올해 특별히 시민모금으로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 지난달 27일부터 포털 다음의 ‘희망해’ 사이트를 통해 모금을 위한 서명을 받은 결과 2주 만인 11일 목표 인원 500명을 넘어섰다. 다음 측의 심사 작업이 끝나면 곧 모금에 들어간다.

해벗누리 관계자는 “목표 모금액은 작품 제작을 위한 물품 구입비와 전시회 비용 등 500만원”이라며 “더 많은 시민이 정신장애인에 관심을 갖도록 모금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