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 무라카미 하루키, 파울로 코엘료. 이름만으로도 기대가 되는 세 작가가 다음 주부터 차례로 신작을 낸다. 한 사람만 떠도 시장이 들썩거릴 만한 대형 작가 셋이 한꺼번에 나오는 데다 그 시기가 연중 소설 수요가 가장 많은 때라는 점에서 올 여름 소설시장은 어느 해보다 뜨거울 전망이다.
코엘료는 다음 주 ‘불륜’(문학동네)이라는 제목의 새 소설을 국내 출간한다. 흰 수염이 멋진 할아버지 코엘료는 ‘연금술사’ 이후 국내에서도 확고한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 잡았다. 신작 소설은 30대 전문직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데, 유력 정치인이 된 첫사랑과 재회해 다시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코엘료는 전작 ‘11분’이나 ‘오 자히르’에서도 특유의 에로티시즘을 선보인 바 있다. 60대 후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젊은 여성의 심리나 신체 묘사가 탁월하다는 평이다. 여성 독자층이 누구보다 두텁다.
본격적인 휴가 시즌이 되는 이번 달 마지막 주에는 쿤데라의 새 소설 ‘무의미의 축제’(민음사)가 나온다. ‘향수’ 이후 14년 만에 발표하는 신작 소설인 데다 작가의 나이가 올해 85세라는 점에서 마지막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이 섞여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1980년대 출간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후 한국에서도 많은 독자를 거느린 쿤데라는 두말할 것도 없이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문학가 중 한 명이다. 출판사 설명에 따르면 신작은 쿤데라 소설이 다 그렇듯 단일하고 명료한 이야기 구조를 띤 것은 아니다. 그리고 쿤데라 소설 독자들이 언제나 기대하는 것, 원숙한 시선, 우아하고 유머러스한 문장, 삶과 인생에 대한 통찰 등은 변함이 없다.
하루키의 소설집 ‘여자가 없는 남자들’(문학동네)은 8월 중순으로 발간 시기가 잡혀 있다. 지난 4월 일본 출간 당시 선주문으로만 30만부가 판매돼 화제가 됐다. 국내에서도 판권 경쟁이 치열했다.
소설집에는 6편의 단편이 들어있는데 주인공이 모두 중년남자, 그것도 사별을 했거나 이별을 경험한 남자다. 이 중 ‘드라이브 마이 카’는 지난해 계간지 ‘세계의 문학’에 번역 게재된 바 있다. 자궁암으로 아내를 잃은 50대 남자가 20대 여성을 만나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다는 이야기다.
연중으로 보면 7월 중순부터 말까지 두세 주가 소설 쪽에서는 가장 큰 시장이다. 지난해 7월에도 하루키의 장편 ‘색채가 없는 다자키 스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조정래의 ‘정글만리’, 댄 브라운의 ‘인페르노’ 등이 출간돼 시장을 달궜다.
셋 중 누가 올 여름 소설시장의 최종 승자가 될지도 관심이다. 이번 여름에는 국내 인기 작가들의 신작이 없어서 소설시장은 고스란히 외국 작가들 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작가로는 지난달 나온 성석제의 ‘투명인간’이 홀로 선전 중이다.
온라인 서점 예스24의 도서팀 김희조 과장은 “코엘료의 책은 우화류가 있고 사랑이야기류가 있는데 이번 책은 사랑 쪽이라서 조금 더 기대되는 부분이 있다. 쿤데라는 신작 소식에 기존 책들까지 덩달아 판매되는 상황이다. 오랜만이라서 독자들이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하루키의 경우엔 단편집이라서 장편만큼 나갈지 어떨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休∼ 책과 함께] 코엘료… 쿤데라… 하루키… 누구와 떠날까?
입력 2014-07-12 02:46 수정 2014-07-12 0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