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경제팀 암덩어리 규제 풀어 기업투자 유도를

입력 2014-07-12 02:08
규제개혁은 박근혜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다. 박 대통령은 “쓸데없는 규제는 우리가 쳐부술 원수이자 제거해야 할 암덩어리”라며 규제를 움켜쥐고 있는 공무원들을 닦달했다. 지난 3월에는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7시간에 걸쳐 규제개혁 끝장토론까지 벌였다.

하지만 대통령 앞에서 풀기로 약속한 52건의 규제 가운데 상반기까지 풀린 규제가 28%에 불과하다고 한다. 10여건은 정부가 풀겠다고 약속한 처리 시한을 넘겼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얼마 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연말까지 규제 10%를 줄이겠다고 했지만 1만5308개였던 규제 건수가 오히려 규제개혁 끝장토론 후 2건이 늘었다”고 했다. 대통령이 아무리 규제혁파를 강조해도 현장의 공무원들은 한 귀로 흘려듣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래서야 정부의 규제개혁 의지를 믿을 수 있겠는가.

전경련이 지난 3월 이후 현장의 목소리를 취합해 관련 부처에 전달한 628건의 규제개선 과제를 보면 황당하다. 한 휴대전화 업체는 사용자 정보를 담은 유심(USIM) 칩을 반드시 기기 속에 삽입하도록 한 규정 때문에 손목시계 형태의 스마트폰워치를 개발하고도 국내 시장에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 골프장과 스키장에서 팔 수 있는 의약품을 정작 수영장이나 빙상장에선 못 팔도록 한 어처구니없는 규제가 있는가 하면 먹는물 제조 회사는 탄산수를 만들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탄산수 시장 진출을 포기한 사례도 있다. 독버섯 규제들이 똬리를 틀면서 기업 투자를 가로막고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모든 규제를 없애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세월호 참사에서 보듯 안전에 대한 규제는 아무리 강화해도 지나치지 않다. 문제는 나쁜 규제다. 규제는 힘과 권한이기 때문에 공무원들은 쉽게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기업들이 그동안 규제개선 건의를 해도 공무원의 책상 서랍 속에 처박히기 일쑤였다. 새 경제팀은 옥석을 가려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불필요한 규제는 당장 풀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