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체험교구 4D프레임을 개발·판매하는 ㈜포디랜드의 양효숙(49) 대표는 “사무실 임대료도 내지 못해 쫓겨날 위기를 딛고 해외에서 세계적인 완구 ‘레고’와 경쟁까지 하게 된 것은 모두 시어머니의 기도 덕분”이라고 말했다.
4D프레임은 2009년 말 스웨덴 과학기술박물관에서 레고를 밀어냈다. 레고 전시관 대신 4D프레임 체험관이 생긴 것이다. 이후 이곳을 비롯해 일본 등 8개국에 4D프레임을 수출하고 있다.
그는 “강원도 원주 신림면 시골에 사시는 78세 시어머니는 평생 교회 새벽 종소리에 일어나 가족, 특히 아들을 위해 기도했다”며 “지금도 회사에 중요한 일이 생기면 중보기도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유치원 원장에서 벤처사업가로=아세아연합신학대 유아교육과를 졸업한 양 대표는 1995년까지 유치원 원장이었다. 그러나 유치원 아이들을 교육하면서 “내 아이는 내가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유치원을 접고 집에 들어앉았다.
4D프레임은 본래 남편 몫이었다. 남편 박호걸(52) 포디수리과학창의연구소장이 “놀면서 수리와 과학을 배울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하면서 만든 것이 4D프레임이었다. 남편은 도시계획·아파트·주상복합 모형 제작자였고, 특히 전통 건축물에 관심이 많았다. 롯데월드 민속촌에 있는 경복궁 근정전 모형도 그가 만들었다.
전통 가옥은 못 하나 박지 않고 끼우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그 안에는 수리와 과학이 융합돼 있다. 남편은 이를 응용한 교구를 만들고자 포디랜드를 설립했다.
하지만 1998년부터 5년간 교구 개발한답시고 거의 30억원을 까먹었다. 제품이 나왔지만 어떻게 팔아야 할지 몰랐다.
이를 보다 못한 직원들이 2003년 양씨를 대표로 앉혔다. 유치원 원장이었기 때문에 경영도, 교구를 사주는 부모의 마음도 알 것이라고 단순히 생각했다. 하지만 유치원과 사업체는 달랐다. 그는 처음에 매출 장부를 보는 방법도 몰랐다고 했다.
양 대표는 남편이 손도 대지 못한 일에 매달렸다. 마케팅이었다. 먼저 교구 가방을 양손에 들고 전국 초등학교 400여곳을 찾아다녔다.
“단 1명이 감동하면 1명이 10명으로, 10명이 100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절박한 기대가 있었어요. 이제는 특성화 학교로 선정됐다는 학교 플래카드만 봐도 학교에서 누굴 만나야 도움이 되는지 알 정도가 됐죠.”
◇중국 과학관 프로그램 공모전에서 2위=교육과정과 연계한 콘텐츠도 제작했다. 유아와 초·중·고 학생용 워크북과 교사 지도안을 만들었다. ‘4D프레임을 활용한 수·과학 창의성 활동교육’ ‘4D프레임을 활용한 수·과학 창의성 융합교육프로그램’ 등이다.
이 콘텐츠를 활용해 아이들을 교육할 방문교사들을 양성하기 위해 ‘포디수리과학 지도사’ 과정을 개설했다. 2009년부터 현재까지 포디수리과학 지도사 120기, 3000여명을 배출했다.
손익 분기점은 2006년에 넘었다. 본사 직원은 31명, 지난해 연매출은 25억원이었다. 부설기관으로 포디수리과학창의연구소를 만들고 지난해 2월 교육재단 ‘미래융합창조문화재단’을 설립했다.
4D프레임은 전국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양 대표는 “현재 초등학교 250여곳이 방과후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충북교육과학연구원, 부산유아진흥원, 광주교육과학연구원 등 전국 20여곳에 4D프레임 체험관이 생겼다.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는 4D프레임 상설전시관이 들어섰다.
8년째 교육부장관상을 주는 수리과학창의대회도 열고 있다. 국립중앙과학관이 주최하고 포디랜드가 후원한다. 4D프레임을 이용해 작품을 만들고 겨루는 이 대회에는 1000여명이 참가한다. 올해는 10월 25일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다.
외국에도 체험관이 생겼다. 스웨덴을 비롯해 2009년 중국 충칭과 중국 지린성에 10여곳,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체험관을 세웠다. 2012년에는 중국에 있는 수천개의 과학관을 대상으로 벌인 과학관 프로그램 공모전에서 4D프레임이 2등, 올 초에는 우수상을 차지했다.
◇“하나님, 나 좀 살려 주세요”=양 대표는 초등학교 때 친구가 전도해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청년 시절 서울 왕성교회(길요나 목사)와 한국대학생선교회(CCC)에서 훈련을 받았다. 그는 “하나님을 믿지 않았으면 아마 벤처사업을 접었을 것”이라며 “고비 때마다 나 좀 살려 달라고 통곡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끌어주신 것에 감사해 그는 사업 영역에서도 십일조를 한다. 학교교육 콘텐츠 외에 교회교육 콘텐츠도 만든다. 양 대표는 “서울 광현교회(김창근 목사) 등 40여곳에서 이 교구와 콘텐츠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4D프레임은 비즈니스 선교모델로도 주목받고 있다. 교육사업이 본래 투자비가 적고 성장이 빨라 비즈니스로 유리하다. 4D프레임은 교육 효과가 뛰어나 선교가 금지된 나라에서도 선호하는 교구라고 양 대표는 설명했다.
양 대표는 이제 더 큰 꿈을 꾼다. 가깝게는 4D프레임 전용 과학체험관을 짓는 것이다. 전북 무주에 땅 3만여㎡(1만평)를 매입했다. 멀게는 대안학교를 세우는 것이다.
그는 “기독교 세계관에 근거해 수학과 과학을 성경과 생활 속에서 가르치는 학교를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4D프레임이 주요 교육 도구다. 이런 과정을 통해 레고의 명성을 뛰어넘겠다고 강조했다.
양효숙 대표
△2003년 ㈜포디랜드 대표 △2007년 대한민국 발명특허대전 과학기술부장관상 수상 △2009년 세계여성발명대회 금상 수상, 스웨덴 국립과학기술관 4D프레임 전시관 오픈 △2012년 한국수학교구재협회 부회장, 북경과학관 주관 전 중국 과학프로그램 공모전 2등 △2013년 미래융합창조문화재단 상임이사 △2014년 북경과학관 주관 전 중국 과학프로그램 공모전 우수상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기독여성CEO 열전] (26) 양효숙 포디랜드 대표
입력 2014-07-14 02:34 수정 2014-07-14 02:38